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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자유 Dec 12. 2024

도대체 왜 뉴질랜드야?

서른셋 막차로 워홀을 결심하다

2024.12.09. 월요일, 한국시간 11:33 pm.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뉴질랜드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아직 크게 실감은 나지 않는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외국인인 게 신기하긴 한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 달 만에 후다닥 뉴질랜드행이라니. 나의 워킹홀리데이는 도피일까, 도전일까?




뉴질랜드에 가게 된 이유


발단은 민지님의 모임이었다. 민지님이 오랜만에 보자고 해서 나간 모임엔 새로운 사람이 잔뜩이었다. 그중에 한 분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말버릇처럼, 혹은 하소연처럼 말했다. 


“저도 워킹홀리데이 가고 싶은데, 이제 나이가 안 돼서 못 갈 것 같아요.”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만 31살 생일 되기 전에 신청만 하고, 1년 안에 나가면 돼요!” 

9월 25일의 일이었다. 11월 말, 만 31살 생일을 맞을 예정이었던 나는 그 말을 듣고 솔깃해졌다. 스무 살 때부터 가고 싶던 워킹홀리데이, 마지막 기회인데 한번 가봐? 그 이후로 종종 워킹홀리데이 영상을 찾아봤다. 어느 나라가 나에게 맞을지 탐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워킹홀리데이, 어느 나라가 좋을까?

첫 번째 조건은, 따뜻한 나라였다. 퇴사 후 겨울이 될 때면, 가벼운 우울감이 함께 찾아오곤 했다. 춥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지 않고, 그러다 보니 사람도 만나지 않고, 심지어 일까지 없으니. 프리랜서의 겨울은 원래 춥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보통 2~3월까지 일이 별로 없어서, 겨울방학처럼 쉬곤 한다는 것이다. 


그걸 알게 된 이후로는 일부러 공유오피스에 등록하거나, 모임을 만드는 등 겨울나기를 준비하긴 했으나, 어쨌든 겨울이 되면 힘들었다. 만남과 일이 없다는 건 나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래서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었다. 해가 길고, 많이 움직일 수 있는, 날씨가 좋은 곳으로. 그래서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호주나 뉴질랜드를 위주로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조건은,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였다. 내 최애 여행지는 몽골이다. 몽골의 초원에 있을 때, 한없는 자유로움을 느끼곤 했다. 몽골 여행을 다녀와서 몽골에 살고 싶다 했더니, 누군가 뉴질랜드로 가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몽골은 겨울이 너무 길고, 인프라가 부족한데, 뉴질랜드는 영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날씨도 좋다고 했다. 자연이 몽골과 비슷하게 아름답다고 했다. 아이유가 뉴질랜드에서 찍었다는 뮤직 비디오를 보면서, 뉴질랜드에 가면 어떨까 상상하곤 했다. 물론 진짜 가게 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지만.


뉴질랜드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지만, 뉴질랜드 워홀은 돈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물가도 비싸고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는 말이었다. 그럼 안 되겠네, 생각하고 있던 차 한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다. 뉴질랜드도 돈을 모으려면 모을 수 있고, 자신은 뉴질랜드에 오기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한 워홀러의 글이었다. 그 글을 보고 나서 더사 뉴질랜드 워홀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지막 조건은, 내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었다. 회사를 다닐 때부터 이민을 꿈꾸곤 했다. 우리나라의 라이프스타일이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획일적인 교육과 경직된 상하 문화가 답답했다. 아이를 낳는다면 한국에서 낳기 싫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확률이 제일 높지만, 그렇더라도 1년 정도는 내가 추구하는 문화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보고 싶었다. 그런 삶은 어떨지 궁금하고 기대됐다.


뉴질랜드에 대해 찾아볼수록 이곳은 내가 원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겪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이렇다고 한다.


- 다양성이 있는 곳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각자의 문화를 존중해 준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해 주는 곳이라니. 너무너무 궁금했다.


- 친절하고 여유로운 곳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라고 한다. 실수하거나 느린 것에 관대하고, 사람들이 친절하고 잘 웃어준다고 한다. 나는 행동도 느리고 말하는 것도 느린 편이라서, 이런 내가 뉴질랜드에 있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곳 

대표적으로 사람들이 다 다른 옷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같은 계절이라도 누구는 반팔, 누구는 패딩. 그렇게 입고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무슨 옷을 입는지, 무슨 가방을 드는지, 무슨 신발을 신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 나도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편이지만, 한국에 살면 왠지 모르게 신경 쓰일 때가 있다. 남들의 시선에서 아예 벗어난 삶은 어떤 삶일지 궁금했다.


- 약간 위생관념이 없는 곳

나는 약간 위생관념이 없는 편이다. 그런데 뉴질랜드 사람들도 그렇다고 한다. 과연 그게 어느 정도일지 아직 모르겠지만, 왠지 나랑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질랜드란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그렇게 한 달 정도 점심을 먹을 때마다 유튜브를 찾아보았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뉴질랜드가 나와 딱 맞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여기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이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다. 10월 말이었다. 그제야 워홀 신청하는 법을 찾아봤다. 생일 전에 온라인으로 신청만 마치면 된다고 했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때부터 뉴질랜드 워홀을 가고 싶다고 한 명 한 명에게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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