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급하게 나갈 준비를 하다가 화장품 파우치를 떨어뜨렸어요. 화장품 파우치는 살짝 열려 있는 상태였는데요, 떨어지면서 나는 꽝 소리가 아주 무시무시했답니다. 고개를 슬쩍 내려 바닥을 바라보니 쉐도우 빠레뜨와 아이라이너, 뷰러 등이 아름답게 흩어져 있었어요. 그 꽝 소리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며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았지요. 마지막으로 쉐도우 빠레뜨를 집는 순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채고 말았아요. 빠레뜨는 어딘가 부서졌는지 닫아도 고정이 되지 않았답니다.
아아,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빠레뜨였거든요! 옅은 펄이 들어간, 여덟 가지 색상이 들어있는 빠레뜨. 무난한 옅은 갈색, 짙은 갈색들부터, 하이라이트 효과를 줄 수 있는 밝은 색깔, 그리고 아이라이너 대신 쓸 수 있을법한 진한 남색까지. 부서진 빠레뜨를 향해 애도를 보내봅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이 빠레뜨와 함께한 세월들을. 첫 취직을 했을 때부터 썼던 것 같기도, 아니 대학생 때부터 썼던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도대체 몇 년일까요. 적게 잡아 첫 취직을 했을 때부터,라고 쳐도 7년이네요.
사실 저는 화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이랍니다. 회사에 다닐 때도 특별한 날이 아니면 화장을 하지 않았어요. 소개팅이 있다던지, 남자친구를 만난다던지 하는 그런 날 말이에요. 사실 화장을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귀찮아서 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한 달에 두어 번, 정도였을까요. 제가 화장을 했던 나날들이...
가끔 화장을 하고 저의 혈육, 여동생을 만나는 날이면 동생은 이렇게 묻곤 했지요. “언니, 오늘도 그걸로 화장한 거야?” 제가 “응”이라고 대답하면 동생은 신기한 듯 쳐다보곤 했어요. 사실 그 빠레뜨는 동생이 선물한 물건이었답니다.
아니, 사실은 동생이 잘못 구매한 빠레뜨였어요. 동생은 화장품 사는 걸 좋아하는데, 7년 전쯤엔 동생도 화장품 구매에 자주 실패하곤 했거든요. 다행히 저와 완전히 다른 톤의 피부색을 가지고 있어서, 동생이 실패한 화장품들은 저의 피부색에 잘 맞곤 했답니다. 저의 파우치는 90프로 동생이 준 화장품들로 채워져 있어요.
사실 그 팔색 빠레뜨, 그중에 두 가지 색은 다 쓴 지 오래였답니다. 두 색을 다 쓴 건 2년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화장할 때면 항상 쓰던 색이었는데. 그 두 색을 다 쓴 이후로는 조금 화장이 아쉽긴 했답니다. 그런데 드디어 이걸 깨뜨리고 말다니! 이제 어떤 빠레뜨를 사야 할지 지난한 고민이 시작되겠네요.
일단을 새로운 빠레뜨를 구매하기 전까지, 잠금장치가 고장 난 빠레뜨를 써야 할 것 같아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팔색 쉐도우 빠레뜨를 향한 애도의 기간을 가져볼 작정이랍니다. 좋은 빠레뜨 있으면 추천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