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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의 하루

ㅡ체육선생님과 외할머니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준서예요. 오늘은 네발자전거를 타고 어린이집에 갔어요.


아침에 밥을 먹을 때였어요. 엄마는 저에게 오늘 하원 시간에 아빠 대신 이모할머니께서 저를 데리러 갈 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다니는 어린이집에는 목요일 오전마다 외부에서 남자 체육 선생님이 오세요. 저는 이 체육 시간을 참 좋아해요. 선생님이 열심히 설명하고 계시는데 유리창 너머로 제 동생이 서서 교실 안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게 보였어요.


체육선생님은 파란 확성기를 입에 갖다 대시고 밖에 서 있는 제 동생에게 장난을 쳤어요. 동생은 깜짝 놀라면서도 무척 좋아했어요. 체육선생님은 웃으시며 우리를 향해 몸을 돌리시고 다시 수업을 하셨어요.




이모할머니가 하원 시간에 맞춰 나타나셨어요. 저는 이모할머니를 많이 좋아해요. 저는 어린이집 가방에서 선물을 꺼냈어요. 제가 직접 가위로 트럭, 구급차, 소방차을 오린 종이 세 장이었어요. 제가 드린 선물을 받고 이모할머니의 얼굴이 환해지셨어요.


할머니는 제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시며 '고마워!' 하고 여러 번 말씀하셨어요. 저는 선물하는 걸 좋아해요. 바로 이런 기분 때문이죠. 하하.




야쿠르트 아줌마가 아파트 단지 내에 서 계셨어요. 이모할머니께 야쿠르트를 사달라고 했어요. 이모할머니는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고 냉장고에 야쿠르트가 많이 남아 있다며 그냥 지나치셨어요. 저는 속상해서 고개를 떨구었어요. 왜 저는 매일매일 야쿠르트를 사고 싶을까요?


저는 우리 집으로 가는 두세 개의 길을 알고 있어요. 이모할머니와 손을 잡고 천천히 집으로 걸어갔어요.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아주 새로운 기분이 들었어요. 이모할머니의 손은 아빠 손과는 달리 작고 부드럽거든요. 그래서 그런 기분이 들었나 봐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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