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고무오리와 러버덕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한종이예요. 요즘 우리 동네는 무척이나 아름다워요. 칠자화가 자주색 꽃을 피우고, 산딸나무와 복자기가 온통 붉게 단풍이 들고, 매자나무는 산수유보다는 작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어요. 뾰족한 긴 가시가 있어서 아주 조심해야 해요.
저는 며칠 전 코감기에 걸렸어요. 콧물이 줄줄 흘러서 엄마는 제 옆에서 계속 제 콧물을 가제손수건으로 닦아주시느라 바빠요. 코 닦이는 일은 정말 싫고 귀찮아요.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는 아빠랑 의사선생님을 만나러 갔다 왔어요. 저는 장난감이 아닌 진짜 청진기에 관심이 쏠려서 오늘은 울지 않았어요.
지난 주말에는 잠실 석촌호수에 떠 있는 대형 러버덕을 보고 왔어요. 아빠는 한 손으로는 저를 안고 한 손을 위로 펼쳐서 마치 러버덕을 손바닥에 들어올리고 있는 것 마냥 엄마의 스마트폰 앞에서 포즈를 취하셨어요.
엄마는 집에서 가져간 노란 작은 고무오리를 저에게 안겨 주셨는데요, 석촌호수에 떠 있는 노란 대형 러버덕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호숫가에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제대로 사진을 찍기도 힘들었지만 노란 러버덕 덕분에 예쁘게 사진이 찍혀서 엄마아빠와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우리 엄마는 제가 심심해 할 때마다 새로운 장난감을 내놓으시거나 새로운 주제의 말을 꺼내세요.
얼마 전에는 뽁뽁이를 제 발 앞에 펼쳐놓으셨지요. 저에게 위로 올라가 보라고 하셨어요. 발 밑에서 뽁뽁이가 터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신기했어요. 한참 재미있게 놀았어요.
저는 젤리스트로와 아이스크림 빙과류를 좋아해요. 엄마가 밥을 먹은 후에만 먹어도 된다고 하셔서, 저는 억지로라도 밥을 다 먹지요. 제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일 때도 있는데 그때도 다 먹어요.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요. 엄마는 이런 제 마음을 아실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