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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이의 하루

ㅡ삐약이집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주영이에요.


우리 집 창가에는 노랗게 익은 모과가 레몬처럼 주렁주렁 달려있어요. 참 예뻐요. 이름도 모르는 새들이 가끔 나뭇가지에 앉아서 놀다가 가지요. 하루종일 새와 모과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저는요, 오늘, 오빠와 장난감 때문에 실랑이를 많이 벌이고 울었어요. 오빠는 제가 가지고 놀고 있는 장난감이나 책을 홱 뺏고는 '내 거야!'하고 소리를 꽥 질러요. 가끔은 제 머리를 주먹으로 콩 때리기도 하고 몸을 밀치기도 하고 '저리 가!' 하면서 제게 버럭 소리 질러요. 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울기도 하고, 거부감에 서러워서 마구 울기도 해요. 하지만 오빠랑 사이좋게 잘 지내는 시간도 있긴 해요.




며칠 전, 엄마가 분홍색 사각통 하나를 조용히 내밀으셨어요. 앙증맞은 크기의 노란 플라스틱 통 안에는 작은 병아리 한 마리가 들어 있었어요. 엄마가 귀여운 병아리의 등을 살짝 누르니까 삐약삐약 소리가 들렸어요. 신기했어요. 분홍 통 안에는 삐약이 침대, 뚜껑 있는 모이통, 물통, 욕조, 변기, 마당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삐약삐약 소리만 들으며 병아리와 재미있게 소꿉놀이를 했지요.


그런데 어제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엄마가 통 아래 있는 작은 까만 버튼을 밀었어요. 그리고 병아리를 침대에 올려놓으니 퍼드덕 날갯짓 소리와 자장가가 흘러나왔어요. 또 병아리가 응가한다고 변기에 올려놓으시니 방귀 뿡! 소리가 나고 이어서 변기 물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엄마와 저는 그 소리에 깔깔대고 웃었어요. 병아리를 욕조에 넣으면 물소리가 나고, 마당에서는 우당탕 소리가 나요. 저는 이 신기한 장난감이 좋아서 다른 장난감은 이제 만지지 않아요.


엄마, 고마워요. 이렇게 재미있는 삐약이집 장난감을 사 주셔서요. 당근마켓에서 또 재미있는 거 사 오실 거지요? 헤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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