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했다고 믿는 순간, 소통의 오류는 시작된다.
고래가 언어로 소통한다는 사실은 이제 과학적으로 상당 부분 확인되었다.
특히 향유고래의 ‘코다(coda)’ 연구를 통해,
클릭의 횟수와 간격, 리듬의 조합이 체계적으로 반복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직 우리는 그들이 정확히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는지 해독하지는 못한다.
“위험하다”는 뜻인지, “이리 와”라는 신호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의미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고래는 체계적인 언어 안에서 소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고래의 언어는 어떨까.
복잡할까.
외계어처럼 난해할까.
놀랍게도 그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다.
몇 번의 클릭, 그 사이의 간격, 리듬의 변화.
조합은 제한적이지만 패턴은 분명하다.
그 단순한 신호 체계 안에서
고래는 방향을 맞추고, 무리를 이루고, 이동한다.
이 지점에서 질문은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우리는 고래보다 훨씬 많은 단어를 가지고 있다.
감정을 세밀하게 설명할 수 있고,
논리를 세워 설득할 수도 있다.
은유와 뉘앙스까지 동원해 의미를 확장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토록 자주 오해할까.
문제는 언어의 복잡성 자체에만 있지 않다.
문제는 우리가 그 복잡함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
고래의 신호는 단순하지만
공유된 체계(약속) 안에서 해석된다.
반면 우리의 언어는 복잡하지만
각자가 다른 전제(주관) 위에서 소비된다.
우리는 표면만을 듣고, 의미를 확정한다
이 말은 정말 괜찮다는 뜻일까.
아니면 더 묻지 말라는 신호일까.
혹은 이미 상처받았다는 표현일까.
우리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의미를 확정한다.
맥락을 묻지 않고
의도를 판단한다.
그리고 이해했다고 믿는다.
고래의 코다는 단순하다.
그래서 오히려 오해의 여지가 적다.
우리의 언어는 복잡하다.
그래서 오해의 가능성이 많아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그 복잡함을 풀어내려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말을 듣고, 해석하지 않은 채 반응한다.
소통의 오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표현력을 키우려 한다.
더 설득력 있게 말하는 법,
더 명확하게 전달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어쩌면 더 필요한 질문은 이것일지 모른다.
나는 지금 진심을 다해*(핵석을 하며)듣고 있는가.
아니면 언어의 표면만을 소비하고 있는가.
대화는 단순하지 않다
고래는 클릭을 반복하며 신호를 맞춘다.
우리는 단어를 던지며 의미를 가정한다.
어쩌면 소통의 실패는
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언어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너무 쉽게 이해했다고 믿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화는 단순하지 않다.
그 단순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순간,
비로소 해석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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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뮤니케이션 칼럼니스트 김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