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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레매거진 Apr 14. 2021

우린 10억을 벌고 싶었다. 카톡 이모티콘으로.

(위 콘텐츠에서 이어집니다)


카톡 이모티콘은 국내에서 가장 큰 이모티콘 시장이다. 카톡 이모티콘 스토어는 2018년 누적 구매자 수 2,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모티콘 상품 누계는 6,500개에 달한다. 그리고 그중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이모티콘만 50개를 넘어섰다.


카톡 이모티콘은 간단해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채팅하는 순간의 기분을 표현하기도 하고, 감정을 덧붙이는 용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까지 엿볼 수 있다.

‘대충하는 답장’, 범고래

2018년, B급 감성 이모티콘이 아직 대세가 아닐 때,  친구 A가 범고래 작가의 ‘대충하는 답장’ 이모티콘을 구매했다.


다른 정성스러운 그림체와는 다른, 정말 대충 그린 듯한, 그림판으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퀄리티였다. 간단하고 그리기 쉬워 보이는 이 이모티콘은 알고 보니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이모티콘이었다.


‘이모티콘을 만들자’는 결심은 어렵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바로 결정되었으니까.


10억 프로젝트의 시작

하지만 친구 A와 나는 포토샵도 못하고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우리는 기획과 마케팅을 담당하기로 하고, 미대를 졸업한 친구 B와 C 두 명을 더 섭외했다. 그렇게 친구 세명과 함께 이모티콘 만들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이름은 가다랑어포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가다랑어포가 생각이 났던 것 같다.


처음 우리 네 명은 이모티콘 회의라는 명분으로 자주 만나서 놀기만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가 말로만 시작해 놓고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당시 유학 중이던 친구 B가 약 한 달 정도 한국에 머무는 동안 모두 완성해서 제출하기로 약속했다.


나름의 콘셉트 회의도 진행했지만, 사실 아이디어는 편하게 수다 떨 때 가장 많이 나온 것 같다.


두 번의 회의 후 친구 A와 내가 하나 , 친구 B와 친구 C가 하나씩, 총 세 개의 이모티콘을 제출해 보기로 했다.

열심히 작업하는 가다랑어포, 2018

친구 A와 C는 당시 본업이 있었음에도 시간을 쪼개 만나 그림을 그렸다. 10억을 꿈꾸며.


일주일에 최소 한 번은 만나 그림을 그리며 회의를 했다. 어떤 캐릭터로 할지, 어떤 감정들을 그려 나갈지.. 그렇게 우리가 평소 쓰고 싶었던 이모티콘을 직접 그려 나갔다.


그렇게 4주 뒤. 세 개의 이모티콘이 완성되었다.

‘병앓이’, 가다랑어포

가장 먼저 소개할 이모티콘은 ‘병앓이’. 퀄리티를 보면 알다시피,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친구 A와 내가 함께 만든 이모티콘이다.


3년 전엔 다른 친구들 것보다 확실히 별로라고 생각 들었었는데 다시 보니 나름 괜찮다.


병아리로 그리게 된 계기는 없었다. 이것저것 그리다가 친구 A가 그린 병아리가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서 병아리가 아파 보이는 병앓이가 되었다.

‘지적티콘’, 가다랑어포

친구 C의 지적티콘은 움직이는 이모티콘이다. 그냥 길쭉한 캐릭터 같지만 알고 보면 손가락이다.


지적할 때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고, 힘 없이 지적하는 모습이 콘셉트이다. 유일한 움직이는 이모티콘이어서 위의 ‘병앓이’보다 만드는 시간이 두 배는 넘게 걸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색감과 깔끔한 라인이 마음에 들었던 이모티콘이다.

'과일친구들’, 가다랑어포

만드는 데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친구 B의 걸작, ‘과일친구들’.


어떻게 이런 캐릭터가 탄생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퀄리티가 상당한 건 사실이다.


감정 표현이 확실하게 되어있는 과일친구들. 구매 연령층을 제한해 두어야 할 것 같지만.. 한 번쯤 카톡에서 사용해보고 싶은 이모티콘이랄까?


친구 B는 그리다 보니 더 욕심이 생겨서 디테일을 계속 살린 것 같다고 했다. 이 이모티콘을 완성한 후 우리는 고생한 그에게 박수를 쳐줬다.


카오에 이모티콘 제안하기

모두 완성된 이모티콘으로 나는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접속했다. 직접 만든 이모티콘을 카톡에 제안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순서는 간단하다. 이모티콘을 만든 후 홈페이지에서 로그인만 하면 누구든지 가능하다. 심사는 2주 정도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우린 일주일 정도 걸렸다.

멈춰있는 이모티콘은 총 32종, 움직이는 이모티콘은 총 24종, 큰 이모티콘은 총 16종을 제출하면 된다.

이렇게 총 32장의 이미지를 업로드한 후 제출하기를 누르면 끝이다.

제출 후 약 일주일 후.


반려되었다는 메일 세 개를 받았다. 반려된 이유는 따로 나와있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다섯 글자를 보고는 허탈했다. 친구들에게 결과를 전달하는 것도 미안했다.


한 달간 고생해서 만들었지만.. 반려된 이유도 모른 채 그렇게 가다랑어포의 첫 번째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제출 후 승인이 되면, 그 후부터 약 5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나야 이모티콘을 판매할 수 있다. 수정의 수정을 걸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 같다. 최신 유행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다면, 남들보다 한발 빠르게 이모티콘을 그려서 제출해야 한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이모티콘 제작기. 가다랑어포 친구들에게 이 후기를 보여주었다.

그렇다고 한다.

열심히 그리고 거절당하고 아쉬워했던 가다랑어포s... 카톡 덕에 추억 하나 늘었지만 다음번엔 진짜 10억을 벌 테다. by 벨레 매거진


레이첼 한마디 : 가다랑어포 두 번째 프로젝트는 곧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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