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석 님의 아버님께, 감사드립니다!
책 속에 답이 있다는 진리도 있지만, 살다보면 우연찮게 본 유튜브 예능에서도 답을 얻는 게 사람, 아니 인생이다.
요즘 나는 배우 김지석에게 푹 빠져 지낸다.
연애 포함 총 9년을 오직 한 남자(남편)만 보고 살았는데, 처음으로 눈에 들어온 다른 남자가 배우다.
게다가 그는 연하에다 그림의 떡, 아니 브라운관 속 마카롱 같은 존재다.
그렇지만 굳이 그린 라이트를 찾자면, 그와 나는 생각보다 나이 차가 몇 살 안난다. (도저히 마흔 셋이라곤 믿기지 않는 동안의 그!) 그리고 내가 글 작업을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와 나는 좋은 배우와 작가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분발해라 토보이! 긴장해라 남편!)
그래서 요즘 나는 열심히 글작업... 을 해야하지만, 그 시간에 사실은 그의 작품과 유튜브 채널을 돌려보고 있다. 뒤늦게 그가 주연으로 나왔던 드라마 <월간 집>을 봤고, <톱스타 유백이>를 봤으며, 오늘은 종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유튜브 채널을 클릭해 봤다.
오늘은 거기 게스트로 출연한 그의 아버지, 김온양 님의 이야기.
이 분은 독립유공자의 후손이고 태어난 곳이 충북 온양이라 성함도 김온양이신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의 말씀을 듣다 새삼 깨닫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어,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일단 가벼운 것부터 농담삼아 해보자면, '와 어쩜 아버지와 아들이 이렇게 안닮을 수가 있지?'
김지석과 그의 아버지는 전혀 닮지 않았다. 김지석은 얼굴이 길고 전체적으로 훤칠한 반면, 그의 아버지는 동글동글 한 얼굴에 작은 키다. (외모는 아버지보단 어머니를 닮은 것 같다)
그렇지만 김지석이 그 분의 아들인 건 100% 사실이고, 가만히 부자지간의 대화를 듣다 보면 두 사람이 외모 말고 닮은 걸 불현듯 발견하게 되는데...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닮아 유쾌하고, 스마트하며, 진지하다.
다시 말해 그의 유쾌함, 스마트함, 진지함은 사실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는데, 이건 어쩌면 유전보다는 환경, 그가 아버지로부터 보고 배운 것일 거다.
여기서 깨달은 첫 번째 사실.
부모가 자식에게 보다 더 물려줘야 하는 건 외모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다. 자식은 부모의 삶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만큼, 부모는 하루도 허투로 살면 안된다.
나는 내가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역시 선량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내 부모의 덕일 거다.
그리고 만일 나에게도 자식이 있었다면, 나는 이 부자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조금 더 내 자식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자 다시금 노력했을텐데... (자식이 없는 관계로 이 점은 매우 아쉽다)
그 대신 두 번째 깨달은 사실에선 두 무릎을 딱 치며 격하게 공감했던 나.
그가 아버지를 찾아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에서였다.
"인생은 늘 반반이야. 잃는 파이가 있으면, 얻는 파이도 있지 않겠니?"
나이가 듦에 따라 더이상 교복 입는 연기를 할 수 없게 됐고 맡게 되는 역할이 줄어들어 고민이라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교복을 입는 역할 대신, 누군가의 아버지 역할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 순간 엉뚱하게도 나는 나의 갱년기, 노화를 생각했다.
어느덧 갱년기에 접어들어, 호르몬도 없어지고 머리숱도 없어지고 순발력과 유연성도 없어지는데... 죄다 노화되고 퇴화되고 사라져 가는 것들 투성인데...
맞다. 그 대신 나는 이전보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습관을 얻었다.
전에는 아무 생각없이 먹었던 탄산음료와 야식을 끊었고, 전에는 즐겨먹지 않던 야채와 견과류를 일부러 챙겨먹는다.
그리고 그 전처럼 자고 일어나면 벌떡 일어나지 못하는 대신, 나에겐 모닝 스트레칭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동생이 예술의 전당 기둥 토막 같다고 놀렸던 굵은 허벅지가 지금은 근손실로 전보다 얇아졌지만, 그 대신 나는 틈날 때마다 스쿼트를 하는 습관도 생겼다.
그리고 덤으로 젊고 팔팔하던 때는 굳이 알 필요가 없었던 수많은 건강 상식도 얻었는데...
그러고보면 인생은 늘 반반이다. 몇 가지를 잃으면 다시 몇 가지를 얻게 되는 게 인생.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고...
그러니 좋은 일이 있다고 해서 너무 좋아할 것도 없고, 나쁜 일이 있다고 해서 너무 절망할 것도 없다.
도리어 나쁜 일이 있을 땐 그게 지나면 곧 좋은 일이 올 거라는 믿음으로 그 순간을 버텨보면 어떨까 싶은데...
잊고 지냈던 이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닫게 해주신 김온양 님께 감사드린다.
진리란 게 그렇다. 너도 나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잊고 지내면 눈에 안 보이는 공기 같달까…
그러니 잊고 지냈던 진리를 한 번씩 이렇게 확인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마지막 여담으로, 다음 생애는 김온양 님의 며느리로 살면 어떨까 혼자 응큼한 생각을 해봤는데...
나같은 생각을 하는 아줌마들이 유튜브 댓글 창에 차고 넘쳤다. 그 분들께 묻고 싶다.
'여러분, 시아버지는 김온양 님이지만 남편은 김지석이 아닌 그의 형이나 동생이라도 괜찮으신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