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가야 하오
회사와의 계약인 끝나는 12월 31일, 대표님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회사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비록 성수기 (7~12월) 한정이지만 인턴이 감당하기 버거운 업무 강도 + 야근 (수당 없음) + 열악한 복지 (밥 먹을 자리 없어서 가끔 내 자리에서 컴퓨터 보면서 밥 먹음) + 귀여운 월급 등의 이유로 이 회사를 굳이 다닐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가장 큰 퇴사의 이유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사회에 나가게 되면 뭐라도 깨닫는 게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4학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고, 약 1년이 지난 지금, 퇴사와 졸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더 나를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대표님과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다.
나 : "아직 저도 저를 몰라,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저를 공부하겠습니다."
대표 : "어떤 경험을 할거니?"
나 :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국토대장정을 가려 합니다. 생각의 시간이 필요한 거 같습니다."
대표 : "나는 그게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퇴사를 하고 갈 정도로 의미있는 시간이 될까?"
나 : ".....(멩?)"
대표 : "결국 돈 벌어야 하는건 맞잖아. 그럼 사회에서의 너를 찾아가는건 좋다고 생각해. 다른 회사를 간다든지, 창업 준비를 하겠다든지... 내가 생각할 때 무의미한 경험은 할 필요가 없다고 봐."
나 : (흔들리기 시작함. 완전 팔랑귀임.)
대표 : "두 달 휴가를 줄 테니깐 갔다 와. 갔다 와서 나랑 한 번 더 이야기해보자."
재직 중인 회사가 사람이 항상 부족한 중소 기업이고, 12월을 기점으로 3명이 퇴사해서 경영자의 입장에서 사람이 부족하니 어떻게 해서든 날 잡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도 있다.
뭐 여하튼 이렇게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의 휴가가 생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바로 알아봤으나 11~3월까지는 비수기 + 겨울이라 다음 기회에 갈 듯하고,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하면 이 두 달을 의미 있게 쓸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브런치를 보다 위 문구를 보고 글을 쓰겠다 다짐했고, 두 달 휴가의 첫 의미 있는 활동이 시작되었다.
두 달 동안 나에게 의미있는 일이 많이 일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