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책임을 져볼까!

교수님 추천을 통해 인턴으로 들어오게 된 첫 직장에서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업무량에 비해) 낮은 급여 수준, 열악한 복지 수준 등 초년생의 눈에 성에 차지 않는 것이 많았다.

12월 마지막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친한 동료에게 "마지막 칼춤, 완벽하게 추고 나간다."라는 이야기와 함께 퇴사를 맘에 품고 열심히 준비했고,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대표님과 연봉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었고, 나의 선택지는 총 3가지였다.

01. 퇴사 : 내가 6개월 동안 생각했던 마무리 (자유 + 이직 준비 필요)

02. (지금처럼) 매니저: 큰 발전이 없는 포지션 (안정적인 삶 + 이직 준비 병행)  

03. PM : 올해보다 더 힘들어짐, 부담감 큼, 아직은 연봉도 크게 오르지 않음. (부담감 + 발전 가능성 있음)

나의 선택은 '퇴사'였지만 어째서 인지 쉽게 이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대표님에게 3일 정도 시간을 달라 부탁한 뒤 어떤 선택을 하는 게 가장 나에게 합리적인지 생각해 봤다.

아닌 척했지만 결국 부담감이 싫었던 거다. PM이라는 직책이 배우는 게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부담스러웠다. 러프하게 말하자면 이 월급 받고 야근 수당도 없는 회사에서 10시, 11시까지 밥먹 듯이 야근하며 책임자의 스트레스를 받기 싫었던 거다.

너무 합당한 생각이다.

하지만, 나에겐 좀 더 일하는 것, 좀 덜 받는 것보다는 부담감을 짊어지고 행동하는 법을 배우는 게 더 합당한 때인 거 같다. 관리자가 되어야 조직에서 필요한 사람, 대체불가한 사람이 될 것이고 이왕이면 빨리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이득이다. 그리고 관리자가 하고 싶다 한들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한순간 나의 계획과 다른 결정을 해버렸지만, 오히려 속이 후련하다. 결정은 했으니, 내가 한 결정에 책임지고 좀 더 꼼꼼하고 스마트하게 일하는 내가 되어보려고 노력해야겠다. "내가 한 결정"이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탓할 사람도 없고, 실패해도 내 결정이니 얼마나 받아들이기 쉽고 편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