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티튜드: 웰니스 애티튜드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인간관계도 단정하다
언제 어디서 훗날 덕 좀 보겠다고 불편한 관계를 억지로 이어가지 않는다.
혼자만의 고독을 선택할지언정, 외로움 때문에 아무에게나 기대지 않는다.
한정된 공간에 둘 물건을 고르는 명쾌함은, 곁에 둘 사람을 아는 통찰력과도 이어진다.
10대와 20대는 경험의 시기.
ZARA나 H&M의 천 조각 같은 옷을 걸쳐도 젊음이 빛난다. 고급스러움과 우아함은 훗날을 위해 미뤄도 좋다.
그러나 3, 40대 이상이라면?
더 이상 ‘싼 게 최고’라 믿는 건 위험하다.
젊었을 때 다양한 시도와 경험을 놓친다면, 정제된 선택을 해야 하는 나이에 이르러 값싼 물건들만 늘어간다. 살고 있는 집에 품질 낮은 잡동사니가 쌓여있다?
그건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마음의 빈곤을 드러낸다.
산티아고 순례길 커뮤니티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지만,
정보를 활발히 나누는 주축은 중년과 노년층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다이소 최고’, ‘편한 일회용품 사서 순례길에 버리면 된다’는 식의 추천을 볼 때면 마음이 씁쓸해진다.
비싼 것이 무조건 좋은 건 아니지만, 싼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내구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몇 번 쓰다 버리는 생활 방식은 결국 지구 환경에 짐을 얹는다.
물론 순례길이 일생일대 한 번의 여행이라면, 아이템에 투자하는 것이 아깝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평소 웰니스(등산·캠핑·자전거 등 아웃도어) 건강 습관이 몸에 익숙하다면,
그 사람이 선택하는 장비는 이미 생활 방식의 연장선에 있다.
아웃도어 커뮤니티에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중복 지출을 피하라.”
이는 무조건 고가 제품을 사라는 말이 아니다.
합리적이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군도 많다. 그저, 후기를 찾아보고 비교하는 최소한의 노력이 필요할 뿐.
환경에 대한 관심은 미국에서 Z세대가 이끌고 있다.
한국 역시 20대 사회초년생들이 다회용기 사용에 더 적극적이다.
나는 20대에 패션디자이너로 일하며, 사무실 가득 쌓인 옷감과 샘플 재고를 매일 바라봤다.
그 숨 막히는 풍경이 내게 ‘선택과 집중’을 가르쳤다. 하나를 들여도 반드시 이유 있는 선택을 하는 습관은 그때 자리 잡았다.
샴푸와 세제를 예로 들어볼까.
나는 더 이상 액체세제를 사지 않는다. 용기가 무겁고 큰 이면에는, 정제수가 성분표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걸 손상 없이 유통하려면 젖지 않고 오래 보관되는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하다. 다 쓰고 나면, 당연하게 폐기물로 남는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간단하다.
플라스틱, 즉 일회용품을 줄이는 것.
고체 비누를 쓰면 확실히 일상이 가볍지만, 재사용하려면 건조가 필수. 첫 사용은 산뜻하나, 짓눌러진 비누를 재사용하는 느낌은 꽤나 별로니까.
그래서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물 중 하나로 *마타도어 솝 케이스를 선택했다.
'방수이면서 습기 제거가 된다고?'
불편감을 해소해 주는 가치와 견주면, 합리적인 소비로 느껴졌다.
소비 패턴과 삶의 철학이 뚜렷하지 않으면, 기준은 늘 흔들린다.
외로울 때 남자 만나지 말라는 어른들의 조언과 일맥상통.
비누를 쓰면 건조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고, 그게 싫다면 결국 평소처럼 액체 세제를 쓰게 된다.
어떤 때는 ‘이건 불편하다’며 가장 쉬운 길을 택하고,
또 어떤 때는 ‘그건 비싸다’며 최소 비용만 고집한다.
결과적으로는 두 극단을 오가며, 결국 쿠팡에서 적당한 카피캣 제품을 골라 담는 습관이 자리 잡는다.
편리함과 절약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휘둘려 어느 쪽도 제대로 얻지 못하는 것.
나는 항상 오리지널 브랜드를 선택한다.
그 물건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들인 시간과 고민, 장인의 손길과 기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합리적인 소비는 기본.
가격 비교와 쿠폰, 모든 수단을 활용해 좋은 조건을 만든다.
만약 가격이 높아 당장 손에 넣기 어려운 경우, 그 자리를 ‘없을 무’로 비워둔다.
대체품으로 당장의 순간을 채우면 결국 언젠가 진짜를 사고 싶어진다. 그게 바로 서두에 언급한 '중복지출'.
오리지널의 탄탄한 철학과 품질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어설픈 대체품만 쓰다 인생이 흐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편안하게 기다린다.
손꼽아 그 브랜드 아이템을 소비하는 순간이 오기를.
급한 마음으로 일단 담아둔 장바구니와 달리, 위시리스트는 강렬한 자석처럼 결국 내 삶에 들어오게 된다. 차라리 없이 살 지언정, 사기꾼 같은 사람 아니 가짜 물건이 내 삶에 들어오는 건 허락하지 않는다.
내 공간 속 물건은 그렇게 오래 쓰이고, 잘 관리되며, 나와 시간을 함께 견뎌낼 것들로만 채워지는 중.
전 패션디자이너 & 정보컨설턴트.
현재 패션·웰니스 콘텐츠 디렉터이자 브랜딩 전략가.
세련된 안목과 전략적 설계로, 브랜드와 사람, 지구가 함께 지속 가능한 방향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