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연기력의 유해진, 그리고 손수레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리뷰

by 해향

몇 년 만에 영화관을 가게 되었다.

이 어찌 육아맘에게 너무너무 기쁜 일이지 아니한가. 공포영화를 봐도 입꼬리가 올라갈 지경이었다.

몇 년 사이 영화 가격은 더 오른 것 같지만 반대로 볼만한 영화들은 더더욱 자취를 감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상 각종 ott들 덕분에(?) 영화관 관련 사업은 거의 멸종 직전이며 업계들끼리 다 합병한다는 소식도 건너 건너 듣긴 했지만.

#둘이 보면 삼만원이라구요?

삼만원이라는 가격은 아무리 재미있는 영화라 할지라도 영화관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릴 만한 심리적 장벽이 있는 가격대이다. 다행히 통신사 할인을 받아 거의 15년 전 조조할인 가격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조조할인은 요즘도 있을까? 나란 사람 옛날 사람.

내용으로 들어와서

#사극의 진입장벽

나는 사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현실과 시간적 거리감이 있어 이입이 되지 않으며 모든 영화와 소설이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그 시간적 거리감으로 인해 더더욱 가짜 같은 생각이 들어 매력도가 떨어진다. 비슷한 이유로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같은 너무 멀리 간 판타지도 적응 못하는 나란 사람 정말 꽉 막힌 사람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보다 보니 어떤 역사적 배경지식도, 흥미도 아무 필요가 없는 오락영화였다.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친절한 설명이 있었으며 꼭 필요한 부분 자체가 필요 없는(?) 영화다.

#주연은 단연코 유해진 배우다

이 영화를 한 줄로 말하라면

영화의 제작비의 2/3를 유해진 배우님께 드리면 된다.

감동, 줄거리, 웃음, 해학, 뭐든 다 그에게서 나온다. 어떤 영화에서든 왜 다 그를 찾는지 그냥 연기로 증명한다. 연기력을 잘생김으로 따진다면 그는 매우 매우 매우 잘생긴 배우가 맞다.

#반가운 얄미운 유지태 배우

유지태는 옛날에는 로맨스 영화의 딱 교회 오빠 같은 훈훈한 남주인공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악역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마스크가 되어버렸다. 한명회 역할이 아주 잘 어울렸고 유해진, 이미도 배우와 더불어 이 영화를 받혀주는 사주팔자의 강력한 세 축을 구성한다고 말하고 싶다. 하나의 축은 어디로..?

#조금은 아쉬운 단종

나란 사람 옛날 사람이기에 아이돌 출신 (그러나 좀 더 찾아보니 아역배우 출신)인 박지훈 배우에 대해 전혀 몰랐다. 몇몇 장면에서는 눈빛이 좋기도 했지만 그저 슬퍼하는 장면이나 유배지에서 만난 순수한 백성들과의 조우에서 호탕하게 웃는 장면 등에서는 분명 뭔가 어색한 얼굴 근육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를 둘러싼 나머지 대 배우들에 비해서 연기적인 중량감이 적달까…하지만 또 신선한 인물이기에 이 영화에 산뜻함을 불어넣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영화나 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을 때의 그 찝찝함은 분명히 있다. 미해결 과제로써 남은 먹기 싫은 피다 조각을 집으로 갖고 가는 기분이랄까. 후반부의 통쾌한 복수를 기대했지만 다행히(?) 그런 부분은 없었고 영화는 유해진 대 배우에 의해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여운이 남고 그래서 더 괜찮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매서운 날씨에 영화관을 나서며 그래도 저 영화관의 의자는 요즘치고는 불편한 편이라고 중얼거리며 밤길을 걷다가 차가 없는 새벽 차도를 가로지르는 손수레를 힘겹게 밀고 가는 한 노인과 마주했다. 따듯한 히터바람이 펑펑 쏟아지는 영화관에서 고소한 팝콘을 씹으며 깔깔 웃던 내 모습이 노인의 무거운 수레 앞에서 한낱 가볍기 그지없는 유흥이 되어버렸다. 함께 밀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영화 속 비극보다 더 시린 현실의 장면을 마주할 때면나는 아직 영화 속 인물만큼 용감하지 못한 사람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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