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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마음은 들불처럼 번져요

#나다움어린이책 #여기에도나다움책이있다


최근 보수단체의 시대착오적인 문제제기가 있었다. 2019 <나다움 어린이책> 도서목록에 성과 관련해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책과 동성애를 옹호하는 책이 있다며 공격한 것이다. 그들이 일으키는 소요를 보며 기가 찼지만, 진흙탕은 곧 고요해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해당 도서들의 회수가 결정되자 마음이 금세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일이 2020년에 일어나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어서.


<나다움 어린이책>은 그 명칭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누구나 "나다움"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응원하는 도서목록이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나와 다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며 건강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책들을 고른 목록이기에, 지난해부터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다.


나다움 어린이책 2019년 목록에 1권, 2020년 목록에 4권, 내가 만든 책이 들어갔을 때 어떤 선정/추천보다 느낌이 각별했다. 그 책들을 만든 나의 마음이 목록에 있는 다른 책을 만든 이들, 그리고 그 목록을 꾸린 사람들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주 중요하고 근사한 일이다.


그런데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어거지 주장 때문에 목록에 오명이 생기고, 운영에도 어려움이 생기는 걸 보고 있자니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분노와 낙담으로 부글부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멀리 연대의 횃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웃박스"와 "초등성평등연구회" 선생님들이 공유한 연대의 메세지를 보자 정신이 차려지고 내가 해야할 일이 보였다.

다른 용무로 간 동네책방에서 나다움책 어린이책들을 사고, 내 책장에 있는 나다움 어린이책을 꺼내들었다. 인스타그램에 내 책장에 있는 책들을 올리고, 나다움 어린이책을 판매하겠다는 동네책방들의 글을 공유했다.

피드에 나다움 어린이책과 관련해 각자의 상황과 마음을 담은 지지의 글들이 올라오는 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구나.


내가 누군가의 횃불에 마음이 뜨거워지듯, 누군가도 내가 올린 글을 보고 마음이 뜨거워져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뜨거워졌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에게 불을 지치며 천천히 걸어간다.   들불처럼 번진다. 이러다 보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 살아간다.



20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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