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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식
첫 영성체를 모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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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만월
Aug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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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승천 대축일
세례를 받았다.
대모님은 내 뒤로 앉았다.
신부님 앞에 나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히고
대모님은 뒤에서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젖혀 있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었다.
신부님은 내 이마에 물을 부어
귀 옆으로 물이 흐르게 하고
젖은 내 얼굴에 물기를 닦아주었고
대모님은 귀 옆으로 흐르며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예비신자들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예비신자들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대부 대모가 뒤에서 고개를 붙잡아주고
신부님이 신중하게 물을 예비신자들 이마에 붓고
복사들이 옆에서 신부님을 돕고
그 과정 안에서 삶의 경건함이 느껴졌다.
연세가 많은 한 어르신은 부축을 받는 가운데서도
고개를 옆으로 젖히는 가운데서도
삶을 붙잡고 살아가고자 하는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대모님이 뒤에서 내 귀에 입을 갖다대고는
황급히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첫 영성체를 모시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서 지금 꼭 바라는 기도를 하면 그 한 가지는 꼭 들어주신대. 그러니 꼭 기도해."
혀를 내민 채 입을 크게 벌리고는
첫 영성체를 모셨다.
자리로 돌아와 그 한 가지 기도를 드렸다.
대모님이 뒤에서 내 등을 살며시 두드렸다.
"기도했어요?"
"네."
"잘 했네. 그 기도는 꼭 들어주신대."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
.
내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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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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