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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식

첫 영성체를 모시다

by 세만월

성모 승천 대축일

세례를 받았다.

대모님은 내 뒤로 앉았다.

신부님 앞에 나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젖히고

대모님은 뒤에서 내 앞머리를 정리해주고

젖혀 있는 고개를 움직이지 않게 잡아주었다.

신부님은 내 이마에 물을 부어

귀 옆으로 물이 흐르게 하고

젖은 내 얼굴에 물기를 닦아주었고

대모님은 귀 옆으로 흐르며 묻은 물기를 닦아주었다.

내 자리로 돌아와 예비신자들을 뒤에서 지켜보았다.

예비신자들이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대부 대모가 뒤에서 고개를 붙잡아주고

신부님이 신중하게 물을 예비신자들 이마에 붓고

복사들이 옆에서 신부님을 돕고

그 과정 안에서 삶의 경건함이 느껴졌다.

연세가 많은 한 어르신은 부축을 받는 가운데서도

고개를 옆으로 젖히는 가운데서도

삶을 붙잡고 살아가고자 하는 간절함마저 느껴졌다.


대모님이 뒤에서 내 귀에 입을 갖다대고는

황급히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첫 영성체를 모시고 나서 자리에 돌아와서 지금 꼭 바라는 기도를 하면 그 한 가지는 꼭 들어주신대. 그러니 꼭 기도해."


혀를 내민 채 입을 크게 벌리고는

첫 영성체를 모셨다.

자리로 돌아와 그 한 가지 기도를 드렸다.

대모님이 뒤에서 내 등을 살며시 두드렸다.

"기도했어요?"

"네."

"잘 했네. 그 기도는 꼭 들어주신대."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클레멘타인..

내 이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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