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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담백한 내 인생의 맛

사과잠봉뵈르

by 세만월

한 친구가 몇 달 전 잠봉뵈르 집 사장님 얘기를 했다.

나랑 시간 되면 같이 가보고 싶다며

한 분야의 전문가이신데

잠봉뵈르 집도 같이 하시는 거다.


얼마 전 그 친구와 같이 갔다.

친구가 잠봉뵈르를 주문하는 동안

나는 친구 옆에 서 있었다.


선생님은 무슨 일 하세요, 물으셨다.

네, 여기 친구처럼 상담일 합니다.

오, 천직이시네.


친구가 그분 얘기를 듣더니

저한테는 그런 말 안 해주셨잖아요, 한다.

그쪽은 사람이 말하면 딱 경계를 하잖아.

저분은 뭐든 얘기하고 싶게 만드네.

뭐든 들을 준비가 돼 있잖아.

그쪽은 학자라면 이분은 술자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


잠봉뵈르를 들고 나서며

친구와 나는 그분 말을 가지고 수다를 어어갔다.


그렇게 한두 주 지났을까.

오늘 그 친구에게 잠봉뵈르 집 같이 안 갈래, 물었다.

그럼 사들고 근처 놀이터에서 먹을까요.


일전에 사과잠봉뵈르 맛이 궁금했었다.

둘이 주문하고 사장님은 만드는 동안

사장님이 곧 출판하는 책 이야기를 했다.

아까부터 테이블이 놓인 안쪽에 누군가 있었다.

출판사에서 왔나 보다 했다.


보통 이쪽이 사과를 샀었는데

오늘은 사과 아니고 오리지널로 사네, 한다.

친구는 오늘 단 거를 많이 먹어 그렇다고 하니

뜬금없이 이 안 좋지 않아? 하신다.

저기 안쪽에 저분 이 잘 보셔, 하신다.


입구 들어서자 보였던 한 치과의원 의원님의

잘 먹고 간다는 사인이

내가 아는 그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안쪽에서 나오시는데, 맞다, 그분.

우리 어머니가 2,30년 전부터 다니는 치과 선생님이셨다.

우리 가족 전부 치아를 봐주시는 그분이었다.


사장님은 나를 단톡방에 초대해 주셨다.

사장님은 친구에게 이래서 세상은 잘 살아야 해, 하신다.

친구는 치과치료가 필요한 터에

그분께 치료를 받기로 했다.


잠봉뵈르를 들고 나와 옆 공원에서 맛있게 먹고 헤어졌다.


정신없이 몰아닥치는 사업일을 하며 과연 상담이 늘까.

상담일은 뒷전이고 사업일을 우선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머리에 휴즈가 나갈 것처럼 정신없이 일하다가 퇴근했다.

잠봉뵈르 집에 가서도 하품을 연거푸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그분을 여기서 만나고

위로받은 듯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어느 지점에서 상쾌하고 산뜻함이 느껴진 것일까.

우리 아이 치아도 봐주시는

연세만 따지면 큰아버지뻘 의사 선생님이시다.

같이 소통하는 친구가 나보고 두 달 전부터 얘기했던 집이다.

그곳엔 여러 방면에 능한 연세 지긋한 주인 사장님이 계신다.


오랜 시간 각자 만든 인생에

우연히 섞여 새로이 또 다른 맛을 맛보는 마냥

신선함을 주었다.

실력이 늘 것 없는 그저 처리하는 사업업무에 시달리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항상 같을 수 없는 상담처럼

요리조리 피했어도 만날 사람은 만난다는 것처럼

새롭고 신선하고 흥미진진한 스팟이었다. 잠시 그곳은.


그러나 그 한 번의 놀라움을 준 신선했던 그 만남은

각자 쌓아온 시간의 흐름 안에서 오랫동안 다져진 세월

각자의 인생에서 집단 역동이 일어났던 것뿐이다.


내가 사는 인생 면면은 어떤 식으로 역동을 일궈낼까,

궁금증이 생기며 그 궁금증에는 희망도 들어 있었다.

그 집에 가서 내가 얻은 건

바로 당장 먹을 사과잠봉뵈르뿐이었지만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게 인생이란 또 한 번의 경험

신비로운 작은 인생 경험 하나를 얻은듯했다.


내 삶이 그저 척박할 거라는 생각에서

희망을 맛본 것 같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일은 사과이다.


친구는 뒤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고

나는 놀이터 벤치에서 사과잠봉뵈르를 맛있게 다 먹고

집으로 향했다.


나에게 짐짝같이 버겁게만 느껴지던 인생은

프랑스산 바게트에 프랑스산 버터와 사과잼을 곁들인

달달하고 짜지 않은 담백한 사과잠봉뵈르였다.

내가 그곳에서 위로받은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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