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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Y BLUE와 4 IN A ROW

그녀와 헬렌즈버그

by 세만월

헬렌즈버그 중앙역에 도착했다.

구글 맵을 보며 홈스테이맘이 알려준 주소대로

언니의 집을 금방 찾아갈 수 있었다.

마침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함과 동시에 그녀가 자기 집 1층 창문을 안에서 두드리며 자기 집임을 알려 주었다.

와우, 드디어 왔구나!

유럽이 처음이라 과연 잘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


우리는 허그를 하고 내 아이를 그녀에게 소개해 주었다.

그녀는 넷플릭스로 수없이 많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음을 직접 보여 주었다. 정말 heaps of 한국 드라마s였다.


점심 식사 세팅도 거의 다 되어 있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그녀라 특히 김치와 김을 좋아했다.

김칫국과 밥, 제육볶음과 치킨 요리를 대접해 주었다.

아이는 김칫국에 밥을 세 번이나 말아먹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계란프라이도 먹지 않았다.

정말 맛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챙겨 온 그녀에게 줄 선물과 홈스테이맘이 대신 전해 달라 부탁한 연고를 건넸다.

내가 마련한 선물은 한국 화장품과 김치와 김이었다.

그녀에게는 딱이었다. 그녀는 물론 좋아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김치와 김은 더 보내주기로 했다.


그녀도 내게 정말 많은 것들을 주었다.

그중 정말 내가 좋아하는 수첩과 펜도 있었다.

정말 내 취향이었다.

아이를 위한 것들도 있었다.

hesps of things

내가 좋아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이었다.

그녀는 내 어머니와 나이가 같다. 69세.

그녀의 발음은 very Scottish이기에 뉴질랜드에서 같이 지냈을 때도 홈스테이맘이 다시 한번 그녀의 말을 내게 말해 주곤 했었다. 그래서 그녀를 10년 만에 만나는 지금 전혀 못 알아들음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예전보다 잘 들렸다. 나도 나이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파악되는 문맥이 있는 것일까 싶었다.


아이는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로 <스파이더맨> 두 편을 보았다. 나와 언니는 점심 이후 네다섯 시간을 이어갔다. 너무 좋았다. 한국 드라마, 가톨릭-things, 홈스테이 친구들, 나의 이혼 상황, 여행 일정, 그녀의 친지와 가족들, 그녀의 병원 등등 너무나 많은 얘기들이었고 정말 즐거운 수다였다.


그녀는 내 상황을 두고는 말했다.

What can you do!

나는 홈스테이맘과 그녀가 내게 건네는 이 문장이 참 좋다.


그리고 4시 30분.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가 강아지 스쿨에서 돌아왔다. 시츄였다. 암컷. 다섯 살. 짖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겼다. 그녀와도 사진 한 컷을 찍었다.

그녀의 이름은 미스티 블루.

오래된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고 한다.

Misty Blue. Dorothy Moore의 곡이라고 했다.

가사가 너무 슬퍼 듣자마자 눈물이 날 거라 했다.

숙소로 돌아와 가사를 검색해 보니 정말 슬펐다.

그러면서도 좋았다.


그렇게 슬픈 노래를 그녀의 이름으로 했는지 물었다.

그녀와 친하게 지내던 안티(aunt)가 죽고 나서

슬픈 마음에 그녀(시츄)를 키우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을 안티가 좋아하던 노래에서 따왔다고 했다.


날이 저물어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서둘러 헬렌즈버그 중앙역으로 갔다. 글래스고 퀸즈스트리트역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아이가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는 돼지*잖아.

*물론 지금 여행 중에 살이 쪘으나 살이 안 쪘을 때도 아이는 나를 돼지라고 불렀다. 내게 예쁜 것을 갖다 대는 법이 없다. 똥, 설사, 호박, 오이. 예쁜 사과로 불러줌 안 돼? 하면 절대 안 된단다. 그저 아이의 에 대한 애정표현으로 여긴다.


엄마, 돼지가 어떻게 사람들하고 만나서 영어로 대화해?

그리고 어떻게 사람들하고 즐겁게 보내?

음, 이유가 궁금하지?

응.

이유는 엄마가 여기 음식을 좋아하고 잘 먹기 때문이야.

자기네 음식을 좋아하면 여기 친구들도 기분이 좋거든.

여기서 진짜 돼지 되겠네.

맞아. 어쩌지?


아이는 피곤했는지 도착역에 닿기도 전에 창가에 기대 잠이 들었다. 역에는 무사히 도착했으나 숙소를 찾는 데 헤매어 본래 길보다 2,30분을 더 걸었다. 밤이 되니 이곳이 지금 겨울임이 실감되었다. 현지인에게 길을 묻는데 한 한국 여성 분이 자신이 한국 사람이라며, 아이가 이제 힘들어 하는 소리에 길을 알려 줘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우리 숙소 앞까지 동행해 주었고, 숙소 근처 편의점에 들르려 다시 뒤로 몇 걸음 걷는 걸 보고는 여기 숙소가 아닌 것이냐며 걱정하여 다시 와 주기까지 했다. 그녀의 친절함에 참 감사했다.


아이는 침대 이불에 쏙 들어와서는 천국이다 했다.


오늘 피곤했지?

엄마가 언니와 오랜 시간 얘기하고 ○○는 영화 봤잖아. 어땠어?

심심했어.

맞아, 그랬을 거야. 그런데도 잘 있어 줘서 고마워.

○○랑 꼭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어. ○○도 영어 배우니깐 그때는 좀 더 나을 거야.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고 아이는 그녀가 오늘 아이에게 준 4 IN A ROW 장난감을 손에 꼭 쥐고 잤다. 잠결에 혹시 상처가 날까 싶어 살며시 빼내 바로 협탁에 올려 두었다.


내일은 근처 Lush 샵에 들러 아이가 좋아하는 거품목욕을 하려 한다. 지금 머무는 숙소 화장실 욕조를 보자마자 아이는 이곳에서 꼭 거품목욕을 할 거라며 좋아했다. 여기 화장실이 너무 좋은데? 하며, 숙소에 오자마자 아이는 내게 말했다.


엄마, 엄마, 여기 화장실 봐봐. 빨리. 너무 좋아.


아이가 좋아하는 욕조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거품목욕을 아이가 함께 하고픈 엄마와 하는 시간 역시 이 여정 중 중요한 장면 하나로 아이에게 남겨지기를 바란다.


Good night, sweetie!

Good bye, Helensburg!


그녀와 헤어지며 See you later! 하고 건넸고

그녀는 내가 다시 방문할 것임을 안다는 듯 미소를 건넸다.

맞다. 나는 또 그녀를 방문할 것이다.

나는 빈말이 싫다.


온다고 하면 너는 오더라.

10년 전 방문 당시 홈스테이맘이 내게 했던 말이었다.

다음에도 이 말을 꼭 지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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