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러운 친구의 대접
친구가 점심을 하기 위해 조카와 같이 호텔 로비로 왔다.
조카는 영어를 하지 못해 그와는 대화를 할 수 없었지만
종일 드라이브를 해 주었다.
내 아이가 한국 음식을 너무나 먹고 싶어 하여 한식당에 가서 떡만둣국 생갈비 김치찌개 등을 먹었다.
친구는 어느덧 42살 4살 아들을 둔 빅가이가 되어 있었다.
같이 공부했을 때는 말랐었다. 나와 홈스테이맘 집에서 같이 홈스테이를 했던 베트남 친구이다. 나는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갔고 친구는 뉴질랜드에 남아 대학을 다니고 매니저로 취업하여 21년째 일하고 있다. 뉴질랜드 시민권과 호주 시민권도 취득하였다. 뉴질랜드에서 자리 잡고 그의 조카와 사촌들을 챙기며 그들이 뉴질랜드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보살피고도 있다.
홈스테이맘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고인이 되었을 때도 맘이 정신없고 맘 아플 것을 생각해 매일같이 배달음식을
매 끼니마다 차로 3시간 거리에 있으면서도 시켜주었다.
나보다 어리지만 참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점심을 먹고 자리를 옮겨 베트남 커피를 마시고 아이는 베트남 브레드와 콜라를 마셨다. 그가 조카와 함께 점심에 이어 대접해 주었다. 베트남 커피를 좋아하자 매장의 커피 팩을 사주었다.
그때 친구가 누군가에게 전화하여 집에 있는 아들과 통화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익숙한 목소리였다. 바로 맘이었다. 뉴질랜드는 밤 9시였다.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는 맘이 전화를 받은 것이다. 얼마 전에 보았는데도 영상으로 또 보니 좋았다. 그리고 친구와 맘과 나. 20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반가웠고 거기에 내 아이도 함께 있는 것이 좋고 신기했다.
인도 친구를 찾는 내 아이를 위해 맘은 인도 친구의 방으로 건너가 영상통화를 하게 해 주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레고를 소포로 보낸 지 얼마 안 되어 아이가 글래스고에서 스타워즈 레고를 보더니 인도 친구가 좋아할 거라며 소포를 보내자고 하여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약속을 받고 샀다. 그 레고를 오늘 베트남 우체국에서 소포로 보내기 위해 들고 나왔었다. 아침에 미리 써 둔 엽서와 함께. 아이가 레고를 영상 너머로 보여 주며 내게 물었다.
엄마, 이거 널 위한 거야가 영어로 뭐야?
This is for you.
아이는 따라 말했다.
엄마, 보고 싶다는 뭐야?
I miss you.
아이는 따라 말했다.
며칠 전 아이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 신청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코딩, 한자, 스포츠 스태킹, 미술, 댄스 등 여럿 중에 영어를 원했다.
엄마, 영어를 하면 다음번엔 친구와 영어로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할 수 있지.
우리는 영어를 신청했다.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작년만 해도 영어는 선택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말이다.
맘과 다시 한번 안부를 주고받으며 다음번에도 일정을 잘 조율해서 맘 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렇게 영상통화를 마치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쓰지 않는 짐 일부를 한국으로 보냈고 레고를 뉴질랜드로 보냈다. 내가 간 우체국은 관광지로 유명했다. 프랑스 건축 양식이 돋보이는 아주 앤틱한 곳이었고 이를 잘 보존하고 있었다. 정중앙에는 호찌민 초상화가 크게 걸려 있었다.
카드 결제가 안 되어 친구가 조카에게 현금을 빌려 소포를 보낼 수 있었고 나는 ATM에서 바로 출금하여 돌려주었다.
친구는 우체국 안에서 나와 아이를 위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었고 우체국을 나서면서도 정문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것을 잊지 않고 챙겨 주었다.
그리고 핑크성당에 오후 5시 미사를 드리러 갔다. 우체국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5시 반쯤 성당 벤치에 앉았는데 다행히 미사 초입부였다. 친구는 조카와 밖에서 우리가 미사를 보고 나오는 것을 기다려 주었다.
성당은 외곽은 핑크색이었고 내부는 하얀 아이보리색으로 너무나 예뻤다. 기도드리고 성체를 모시고 미사를 마쳤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우리를 사진 찍어 주겠다며 성당 입구 중앙에 서 있으라 했고 친구는 바로 건너편에서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건너와 오토바이가 수없이 지나가는 도로를 같이 건너가 주었고 도착 시간을 맞춰 미리 주문해 놓은 베트남 커피를 주었다. 아이에게는 시원한 콜라를 주었다. 호텔 정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갔다. 가면서도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따뜻한 국물 면요리 집, 우리가 묵는 호텔 근처에 있는 식당을 알려 주고 갔다.
아이와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국물 면요리를 찾았으나 볶은 것밖에 없어 친구가 알려 준 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아이는 다행히 좋아했고 즐겼다. 친구에게 이것을 메시지를 보내자 뿌듯해하며 좋아했다.
나라면 이렇게 지극한 대접을 할 수 있었을까?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종일 온화하게 드라이브를 해준 조카에게도.
덕분에 편안한 시간을 아이와 보낼 수 있었다.
아이는 지금 곤히 자고 있다.
오늘 태국에 가서 베트남에서 기억에 남는 것 두 가지를
스케치북에 그리기로 했다.
오늘 오후 방콕으로 간다. 베트남 친구 전에 만났던 친구다. 이 친구를 계기로 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었었다.
태국 친구는 글래스고에 있는 맘의 언니네 집에서 홈스테이 하고 있었고 마당을 끼고 같이 공유하던 바로 건너편 맘 집에 내가 들어간 것이다. 태국 친구는 자기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왔을 때 우리 부모님 집에서 하루 묵었고 아이도 이때 같이 시간을 보냈었다. 아이에게도 이를 물어보았다.
○○야, 지난번에 우리 집에 왔던 태국 친구들 있지?
그 친구들 만날 거야. 기억나니?
음, 그때 한 사람은 거실 소파에서 자고 시장에서 떡볶이 먹고 그랬잖아.
맞아. 그 친구들이랑 ○○랑 같이 저녁 먹을 거야.
20년 전 우정이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인 지금이다.
베트남 친구와 점심을 하면서
두 달 가까운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돈을 엄청 많이 썼는데 한국 가면 걱정이다라고 하자
친구는 홈스테이맘과 같이 내게 말해 주었다.
너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얼마를 썼는지 내게 물었고 그에게 알려주자 친구는 말했다.
9개국을 여행하는 데 합리적인 금액이다.
내가 듣고 싶던 말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