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필요한 건

수프 시리즈 세 권

by 세만월

여행 내내 매일 밤 아이와 함께하는 건

소위 아이가 이름 붙인

"수프 시리즈" 책 세 권이다.


오늘은 종일 아이가 좋아하는 물놀이를 했다.

늦게까지 자다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하고

2시 30분부터 물놀이를 했다.

5시 30분까지 3시간을 했다.

6시까지 하겠다는 걸 다그쳐 마쳤다.


물놀이를 한 지 2시간이 가까워오자 춥기도 하고 지쳤다.


엄마 벤치에서 쉬고 있을 테니까 더 놀아.


아이는 싫다고 한다.


왜? 너 더 놀 수 있잖아.

엄마가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수영 내가 원하는 대로 한다고 했잖아.

응, 지금 수영하고 있잖아.

아니, 엄마가 없으면 심심해. 엄마랑 물놀이할 건데.

아. 알았어. 그럼 지금 4시니깐 6시까지다.

8시 문 닫을 때까지.

안 돼, 안 돼. 6시.

알겠어.


아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제부터 혼자 수영하는 법을 터득해 오늘 수영을 많이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보여 줄 자기가 수영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저 수영하는 거 보세요.

할아버지, 수영 잘한다 했잖아요. 이젠 제가 더 잘하죠?


어떻게 이렇게 하는 거야?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 이렇게 잘하는지.

풉.

할머니가 수영하는 영상을 봤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서 그대로 하고 있어.

야, ○○는 그게 되는구나. 엄만 안 돼.

엄만 왜 수영을 못 해?

물이 무서워.

나도 그랬는데, 엄마 나처럼 이렇게 해봐.


너무나 쉽게 얘기한다.

사실 첫 여행지 시드니에서는 수영장 봉을 잡고 겨우겨우 한 바퀴를 돌까 말까 했었다. 직전 베트남에서도 봉을 잡고 아니면 내 목이나 팔을 잡고 물놀이를 즐겼다.


그렇게 수영을 하는데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였다. 다행히 바로 옆 화단에 하여 물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점심에 먹은 피자가 소화된 걸까 싶으면서도 물놀이를 더 하면 안 되겠다 생각했다. 아이는 6시에서 시간이 단축된 것이 기쁠 것이 없었다. 아이는 시무룩해졌다.


이제 그만. 충분히 했어.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고 아이는 티브이를 보았다.

나는 수영복을 정리하고 간단한 양말과 속옷을 빨아 널었다.

아이는 뭔가를 만들었다며 내게 보여 주었다.

참 잘 만든다.

티브이를 보며 종이컵과 사인펜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중이다.

늦은 밤 책을 읽어 주었다.

수프 시리즈 세 권.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것이 아니라

수영장에서 엄마랑 같이 물장구치는 것을 아이는 좋아한다.

잠이 들어야 하는 밤에는

엄마가 책을 읽어 주는 것을 아이는 좋아한다.

늦은 밤 책을 읽어 준다.

수프 시리즈 세 권.

어느 나라를 여행하든 어느 숙소에서 묵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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