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에서 꽃밭 가꾸기

나의 중심에 서서

by 세만월

엊그제 교육분석을 받았다.


아버지는 어떠셔?

어떻게 요 몇 년 동안 겪을 것들을 다 겪네.

힘들어서 어떻게.

지금 어때?


음, 힘들긴 해요. 근데 뭐랄까요. 제가 어른이 이제 조금

되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인생 제대로 살고 있네 하는.

어릴 땐 멋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요. (멋쩍게 웃었다.)


저희 친아버지에게 조건대세를 주었는데

세례명이 스테파노예요.

저희 어머니는 스테파니아거든요.


2주 정도 남았을 수 있으니 준비하라고 해서

상조회사를 알아보는데

저희 어머니가 납골당 얘기를 꺼내시더라고요.

너희들이 여기저기로 보러 오기 불편하니

내 자리도 아빠 옆으로 해줘. 하고요.

남동생이랑 알겠다고 했어요.


기분이 묘했어요.

그렇게 연결되신다는 게.


아버지 살던 집이 제 명의라 해도

그 집으로 대출받으며

그간 잘 버텼어요.

아버지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 돈 저 안 도와주셨음

병원비 간병비 다 해결되었을 돈이에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명확하게 했어요.

아빠 간병비, 병원비, (나중) 장례비용 등은

제가 하겠다고요.

전에 상조회사 보험도 들어놓고

간병보험도 들어놓은 게 있어서

준비가 될 테니 염려 말라고 했어요.


어머니와 새아버지 문제는 어떻게 됐어?

어머니가 본인에게 맡겨달라셔서

본인 생각이 있으신 거 같아요.


저야 뭐 그분과는 정리가 됐고요.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혼 서류 정리되고 난 이후부터는

뭔가 정리가 되어가는 것 같아.

처리할 것들은 많지만 말이야.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혼, 친아버지, 새아버지, 어머니 문제 등등

○○이가 집에서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참, 말이 안 되죠.

계산기 두들기면서

며칠에 얼마 나가고 며칠에 얼마 나가고 하면

몇 일도 생활 못 할 금액들이거든요.

간병비도 오늘 벌써 일주일치 100만 원이 나갔으니까요.

그런데 그냥 오늘만 생각하면 살아지더라고요.


○○이가 충분히 할 수 있으니 선택하는 걸 거야.

내가 봐온 ○○이는 여태껏 다 잘 해왔어.

○○이가 많이 큰 거 같아.


앞으로 일희일비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렇게 될거야. 좋은 일도 많을 거고.

그래,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논문에만 집중하려고요.

박사학위로 상담심리 잘 마치고

영성 공부하고 싶어요.

서강대 신학대학원을 가고 싶어요.

자격증은 그 과정에서 자연히 따라오는 거 같아서

걱정은 안 되는 것 같아요.


나는 ○○이가 자격증 때문에 전전긍긍

걱정하는 걸 본 적이 없어.


제가 그랬나요? (멋쩍게 웃었다.)


○○이는 상담이 스쳐 가는 과정 중에 있는 거야.

자기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말야.

그래서 그런 걸 거야.


아, 네. 맞아요.

상담은 할 거예요. 근데 그게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어디로 어떻게 연결될지는

끝까지 가보고 싶어요.


그래, 지금처럼 ○○이 마음을 따라가 봐.


네. 제 마음을 따라가 볼게요.

제 느낌을 믿고 제 직관을 따라가 볼게요.

직관을 따라간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그런데

결국 후회는 없더라고요.


지금 어때?


음... 뭐라 해야 할까요.

교육분석을 받고 나면

현실은 똥밭인데 머리에 꽃 달고 꽃밭에 있나 싶기도 하고

이게 제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힘든 시기에 지지를 받으니깐

긍정의 힘으로 나아가는 것도 같고요.

힘들지만 좋아요.


인생은 동시다면적이잖아. 똥밭이면서도 꽃밭이겠지.

똥밭에서도 자신의 꽃밭을 가꾸고 있는 거야.

그건 ○○이가 중심이 서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네, 너무 좋은 말씀이세요.


내 꽃밭을 잘 가꿔 나갈 것이다.

내 중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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