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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l 01. 2024

아이

아이와의 대화

2022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 친정집 새아버지와 다툰 날 밤-


"엄마, 책 읽고 싶은데, 다락방에 있는.

 잠깐, 내가 할아버지 자나 보고 올게."

"하하하."

"할아버지 유튜브 보고 있어. 엄마는 나 따라와."

[다락방에서 책을 고른 뒤-다락방 옆에 안방이 있음]

"내가 할아버지 뭐 하나 보고 올게. 여기서 기다려.

[잠시 뒤] 엄마, 할아버지 누워 있어."

"하하하."


2023년 1월 13일,

-아이가 남편이랑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댁에 다녀와서-


"엄마, OO이형 아직 기억해?"

"아직이라니, 기억하지."

"OO이형이랑, 아빠랑 방귀를 크게 뀌었어.

 OO이형이 아빠랑 [키가] 요만큼 차이나.

[잠시 뒤] "엄마가 여기[친정집]로 오면 3만큼 좋아. ○동

[서울집]로 갈 때는 2만큼 좋아. 엄마가 아빠집 들어가면 안 되나."

[울먹거리는 아이를 받아준다.]

"아, 그렇구나. OO가 맘이 안 좋구나. 아빠가 OO한테는 좋은 아빠였는데, 엄마한테는 힘들었어. 미안해. 같이 지낼 수는 없지만, 아빠도 엄마도 OO를 사랑해.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알지?"

"응. [잠시 뒤] 내가 생각해 보니 서울에서 아빠랑 엄마랑 지냈을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2023년 1월 20~21일 밤,

-서울집 내 방에서-


"콩알만 한 방에서 잘래. 아니, 코딱지만 한 방이지."

[다음 날 아침 기상해서]

"○○야, 어땠어? 자 보니까."

"생각보다 잘 만하네. 생각보다 아늑하네."

"그렇지, 그렇다니깐."


2023년 1월 22일,

-서울 스카이타워 대기 중에-


[2시간 30분을 기다렸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보인다. 기다림에 지친 아이가 말한다.]


"근데 엘리베이터는 클까?

 얼마나 탈 수 있으려나."


2023년 1월 26일,

-아이가 친정엄마와 하원하며-


"엄마는 왔어?"

"아니, 오늘 눈이 많이 와서 못 온대."

 "걸어오면 되지."

[친정엄마에게 전화했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듣는 순간]

"응, 그래, 바로 지금 기차 타고 갈게."

[그리고 몇 시간 후]

"OO야, 엄마 왔어."

"엄마."


-같은 날, 친정집 화장실 아이랑 목욕 중에-


"○○는 기분이 안 좋을 땐 어떻게 해?"

"집에 와서 손 씻고 티브이보고 저녁 먹고 윙크[태블릿학습] 하고 목욕하고 그러지."

"기분이 안 좋아도 일상을 보내는구나."

"응, 그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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