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해

사소한 발견(어머니)

by 세만월

어제저녁 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8시가 넘었다.

퇴근은 5시 좀 안 돼서 했는데

출퇴근길이 멀긴 하다.


인덕션 위에는

단호박 8조각 내 쪄놓은 찜기가 보였고,

식탁 위에는

두부를 튀겨 놓은 접시가 보였고,

팬트리에는

미역국이 담긴 포장 식품이 보였다.


엊그제,

엄마, 우리 미역국 없나?

갑자기 먹고 싶어서 사려다가

집에 있을 것 같아서 안 샀거든.


그거 말고, 다른 건 많아.

국밥도 있고 된장찌개도 있고.

그냥 있는 거 먹어,

하고 약간 짜증이 섞인 듯 얘기하셨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말한 것들은

어느새 항상 다음 날 구비되어 있다.

어머니 말투에 꽂혀

그녀의 행동에는 무신경해진다.


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경험했다.

있을 때, 계실 때 잘해라, 말이다.


오늘 출근길

서울역 한 카페에 앉아

캐모마일을 마시다가

문득 단호박이 생각났다.


그게 어머니라는 거야, 하고 말이다.

겉두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 보지는 말아야지 않겠니?

그녀의 표현방식은 서툴어.

그렇게 살아오셨을 테니깐.

그녀가 내어놓는 음식 하나하나에는 꽂히진 않는 거니?

네가 중요하게 여기는 지점이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몰라.


너에게 중요한 것이

타인은 중요 않는 것일 수 있듯

너에게 중요 않는 것이

타인은 중요한 것일 수 있듯


나는 아버지를 보내며 경험했다.

얼마나 슬픈지. 후회되는지.

그럼에도 꽂힐 것에 꽂히지 않으면

그건 아니지 않을까.


그녀가 준비한 것들에

그녀가 내어놓는 것들에

고마워하고

그것부터 표현을 하자.


사소한 발견을 하자.

그녀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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