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의 의자

나의 퇴행과 교육분석

by 세만월

고급상담 수업 시간

발달적 조율을 배웠다.


내담자가 과거의 발달 단계로 퇴행했을 때

상담자는 내담자의 발달수준에 맞게 반응해야 한다,

는 내용이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내담자는

성인의 내담자라 하더라도

과거 경험 상태에 놓인 내담자이므로

내담자를 한 측면으로 보지 말고

그 둘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었다.


이때 내담자의 퇴행은

상담 장면에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과거 부정되거나 억압되었던

내담자의 것들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고

내담자가 그 경험을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한다,

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은 스트레스받을 때 어떤 행동들을 하나요?

교수님은 질문을 던지셨다.

학생들은 '나는 어떻게 행동하지?' 하고

저마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교수님, 이건 제 얘기인데요.

지금 저도 교육분석을 받고 있어서

지금 저를 내담자로 보면요.

어렸을 때 폭식증이 있었어요.

오랜 시간이 걸려 나았지만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평소량에 비해 많이 먹어요.

이것도 퇴행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분(교육분석 선생님)은,

제가 나은 모습을 보았고

지금 제 행동에 대해서는

제가 말을 안 했기 때문에 모르세요.

이걸 꺼내놓을 수 있다면 좋은 거겠네요.


교수님은

선생님이 분석 시간에 내어놓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요,

라고 하셨다.

나의 퇴행적 행동에 좌절한 적은 최근에도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걸려 노력해도

내 몸에 남아있는 기억을 지우기란 쉽지가 않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매주 교육분석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꺼내놓을 생각을 못 한 이유를 생각했다.

내 앞에 놓인 현실적 문제들을 쳐나가기 바빠

공감과 지지를 받고 싶은 마음이 더 커

꺼내놓지 않았던 것일까.


그런데 동시에 떠오르는 이유는,

교육분석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였다.

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내담자들은 결국 상담자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상담 선생님께는 내 좋은 모습을 보여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한두 해 본 분도 아니고.

그분이 실망할까 봐?


내담자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선생님이 나한테 실망하지 않을까, 하고.


내담자이면서

내담자 경험을 하고 있는 상담자로서

상담이란 아이는... (어렵다 무겁다)


상담 장면 의자가 떠올랐다.

내담자를 마주하고자 앉는 의자.


상담자가 내담자를 마주하려 앉는 상담실 의자는,

서서는 상담을 못 하니

엉덩이 붙이고 앉아 편안히 얘기 나누려는,

그런 의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담자에게는

편안히 자기 얘기를 하기 위한 의자여야 하고

상담자인 나에게는

내담자를 중심에 두고

그들을 마주하기 위해 앉는 의자여야 한다.


상담자가 앉는 의자는 편안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았다.

교육분석 동안 상담자가 내담자 자리에 앉아

자신의 불편한 것들을 작업한

자신의 내담자를 마주할 준비를

그런 상담자의 의자여야 할 것 같았다.


교육분석 선생님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교육분석 선생님은 나에게 실망하지도 않는다.

'교육분석 선생님의 실망'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교육분석 시간에 나의 퇴행을 꺼내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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