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초등부 교사 및 아이 엄마

by 세만월

성당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민속놀이 한마음 대잔치를 벌였다.


윷놀이, 제기차기, 훌라후프, 투호 던지기 등

종목이었다.


그중 꽃은 윷놀이였다.

구역별 대진표가 나왔다.

나는 초등부 교사로서

초등부 아이들과 합심하여

윷놀이에 임했다.


총 다섯 경기를 치렀는데,

네 경기 연속 이겼다.


응원이었다.

목이 터져라 응원했고

이겼을 때는

목이 터졌다.


아이들도 신나

다음 경기도, 다음 경기도, 다음 경기도, 하다가

연속 네 번을 이겼다.


물론 순위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내 마음속 1위는 초등부였다.


대진표대로 조별 아이들을 챙기며

자연스레 전체 주일학교 아이들 이름도 외우고

아이들과 응원하며 마음도 합해지고

조용할 것 같던 선생님이

제일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대며 응원하니

아이들도 신이 났던 것 같다.

나도 신이 났다.

내 아이도 신이 났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몸에 붙어 있던 어둠의 먼지가

탈탈탈 다 떨어져 나간 것만 같았다.

하도 소리 지르고 방방 뛰어서 말이다.


대장정의 잔치가 끝나고 집에 오니

5시가 넘었다.

아침 10시에 나가서 7시간 만이었다.


엄마, 초등부가 1등은 아니었지만

엄마 맘속의 1등은 초등부라고 했잖아.

그럼, 나 티브이 보면 안 돼? 선물로.


그래, 오늘 고생했으니까.

OO가 응원도 잘하고.

응원이 대개 중요한 거야.

티브이 봐.


한자 안 해도 되지?


응, 오늘은 그냥 봐.



목금토 성삼일

어머니와 아이와 함께

미사를 드렸다.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신부님은,


집에 가셔서

서로 발을 씻어 주며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해보세요.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신부님은,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너무 슬퍼만 하지 말고,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셨음을 생각하며

자신을, 서로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


성 토요일 부활성야 미사

신부님은,


한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죠.

지금도 살아계시죠.

연세가 100세가 넘으셨는데요,


내가 살아온 길은

주님의 자비로 삼고

내가 살아갈 길은

주님의 섭리로 살며

현재를 충실히 살자, 하고요.



어머니와 아이의 발을 씻어 주며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였다.

어머니는 종아리 살이 다 빠져 앙상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자

어머니는 쑥스러운지

바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셨다.

아이도 쑥스러워했다.


아이들과 소리 지르고 뛸 듯 기뻐하며

신나는 하루를 보냈다.

성당에서 주는 비빔밥과, 떡, 수육을 맛있게 먹었는데,

초등부 교사로 밥값 했다, 뿌듯했다.

주일학교 친구들과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방방 뛰며 신나서 응원하는 엄마 옆에서

아이도 흥이 났던 것 같다, 아이 엄마로 뿌듯했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예식 성가 중,

주 예수와 바꿀 수는 없네(가톨릭성가 61번)


1.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

이 세상 부귀영화와 권세도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신 예수의 크옵신 사랑이여


2.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

이 세상 모든 영예와 행복도

슬픔과 괴로움 밀려와도 영원히 주님만 의지하리


후렴.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 세상 명예도 버렸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꿀 수는 없네 세상 어떤 것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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