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행: 같이 길을 가다

2023년 서울시 동행 교육봉사 활동후기 공모전 수상작

by 웬디

“선생님, 이거는 어떻게 해석하는 거에요?”

따뜻한 난방이 훈훈한 교실 안에서, 두 친구들은 맑게 미소지었습니다.

2012년 가을, 대학교 신입생의 첫 봉사는 동행을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장학금 이수를 위한 조건으로 별 생각 없이 신청했던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아, 성적만 좋으면 됐지, 왜 봉사시간까지 요구하는 걸까?’

바쁘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하는 와중에 봉사활동을 요구하는 상황이 불만스러웠습니다. 영어를 가르치기로 했기에, 영어 교재를 챙겨 수업을 하러 처음 보는 중학교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보는 교실, 그리고 처음 만난 두 학생들.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 선생님이라기보다는 언니라는 호칭이 더 잘 맞는 사이. 낯가림에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지만, 몇 살 많은 어른으로서 최대한 밝게 웃어보려 애썼습니다.


“만나서 반가워, 우리 한 번 잘해보자! 모르는 건 꼼꼼하게 알려줄게.”

한 주, 두 주가 지나면서 점차 아이들과 어색함은 사라져 갔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에 보답하기 위해 눈높이에 맞는 설명방식을 고민하는 시간들이 지속되었습니다. 조금 더 재밌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웃긴 이야기들을 하나씩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고심 끝에 내놓은 설명들을 아이들이 깨달을 때 보여주는 귀여운 표정들은 저에게 따뜻한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동행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 사이에 정이 많이 들어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교실 문을 열었습니다. 귀엽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 옆에 초코파이로 만든 작은 작별 케이크와 칠판에 적혀있는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이렇게 좋아해줄까.’

먼저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게 너무 미안했고, 예쁜 마음으로 준비한 정성이 고마웠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준비한 마지막 수업을 마쳤습니다. 어느덧 저에게 수업은 단지 끝내야 할 일이 아닌, 좋은 에너지를 주는 일주일의 마침표로 변해있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때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학창시절 동안 아르바이트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는 일로 전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원 수학 기간을 포함해 약 7년간 과외 및 학원 선생님으로서 일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학생에게 끼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생은 선생님을 많이 믿기 때문에,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또한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사회인으로서 바쁘게 삶을 보내며 ESG 업계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사회는 치열하지만, 성과보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 사는 마음과 사람들 간의 좋은 상호작용에 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고 있습니다.

동행, ‘같이 길을 가다’는 말의 의미는 배우는 마음으로 삶을 그려나가는 부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리고 이를 느끼게 된 첫 발걸음은 과거 20살 새내기의 동행 교육봉사를 통해 시작되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브랜드 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