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하는 전업주부(맞벌이) #12
-오빠 진통이 조금 있는데.. 맞는지 잘 모르겠어..
-어제저녁에 검진했을 때 일주일 뒤라고 했는데?
-그런데,, 조금 애매해?
-지금 몇 시야?
-새벽 4시.
-진통은 많이 아픈 거 아냐?
-내가 어떻게 알아? 처음인데..
-조금만 기다려보자.
진수는 순간 아득해진다.
-오빠!! 오빠!!
-어,, 7시네..
-아무래도 병원 가야겠어.
-그래, 한번 가보자.
-잠 못 잤어?
-자다 깨다 했어. 혹시나 해서 짐은 좀 쌌어.
-그래, 8시 반이니깐 준비해서 병원 들리자.
-우리 밥 먹고 가자. 배고파..
-밥? 그래, 병원 들리면 회사에서 밥 못 먹지?
진수는 오랜만에 아침밥을 집에서 먹는다.
같은 회사 커플인 민진과 진수는 회사에서
아침밥을 먹지만,, 민진은 이상하게 아침밥을
집에서 먹고 싶었다.
-넵, 부장님.. 저 산부인과 들리고 출근할게요..
오빠도 회사에 전화해?
-난 좀 보고...
-전화해! 오늘 휴가 써야 할 거 같아.
-그래? 좀 있다가...
민진은 진수가 자기 말을 듣지 않아서
뾰로통해졌다.
'오호~ 날 못 믿겠다~ 두고 봐라!'
민진은 운전하고 있는 진수의 모습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 조민진님~ 진료실로 들어갈게요.
진수는 민진이 진료실에 들어가면,
늘 그렇듯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EPL 축구 동영상을 한창 보고 있는데.
-오빠!! 분만대기실로 가래.
-어엇? 벌써? 진짜?
-1cm 열렸어. 곧 무통주사 맞아야 한대
-그럼 빠른 거야?
민진은 답답했다.
듣는 둥 마는 둥 진수가 무슨 소리를 하는데
들리지 않는다. 민진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곧 출산! 심장이 점점 빨리 뛰고 심장소리가
머릿속에서 쾅쾅거렸다.
'아,,, 으으으..'
-민진아! 많이 아파? 손잡아 줄게.
-으으으,,,
진수는 당황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민진의 손을 허겁지겁 잡는다.
민진은 요가볼에 잠깐 앉아보더니 바로
바닥에서 몸을 꼰다.
민진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
너무 아파,, 너무 아프다.
옆에서 진수가 자꾸 뭐라 하면서
손을 잡는데,,, 짜증 난다.
있는 힘을 짜내면서
-손잡지 마!!
쪼그려 앉아서 민진의 손을 잡고 있던
진수는 잽싸게 손을 놓는다.
안절부절못한 진수와 그 앞에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민진..
생각 외로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진수는 멀뚱히 민진만 보고 있다.
-지금 많이 열려서, 무통은 못해요..
-네?
절벽에 지푸라기를 잡고 매달려 있던
민진은 지푸라기가 툭~ 끊어진 것 같다.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아픔,
실낱같은 희망이 무통주사였는데..
그게 없다니...
깊게 생각하고 따질만한 여유가 없이
그냥 몸을 잔뜩 움츠리고
온몸에 축축해졌다.
진수도 심장이 쿵쾅거린다.
민진이 어렵게 누워있던 침대는
순식간에 분만대기실에서
분만실로 이동했다.
- 선생님! 지금 더 급한 환자가 있어서
여기에 먼저 오셔야 해요!
희미하게 간호사 전화통화를 들으니
민진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이게,, 산통인가? 꽉둥아...'
눈물이 다 나온다.
민진은 애매한 기분이었다.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지만
곧 첫 숨을 마실 꽉둥이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상상은 산통과 함께
부서졌다.
진수는 드라마 속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분만실 앞에서 발만 동동,, 왔다 갔다.
초조하다. 꽉둥이보다 너무나 아파하는 민진이
걱정된다. 걱정은 망상으로 이어지고,,
자꾸 생각을 안 하려고 복도를 왔다 갔다 한다.
닫힌 분만실 문 틈새로
민진의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눈물은 나지 않지만 진수는 두려웠다.
-흐으으읍~~~
-애애애앵~
진수는 분명히 들었다.
민진은 느꼈다.
민진이의 아픔으로 가득 찼던 그곳은
꽉둥이의 울음소리로 바뀌었다.
정각 12시,,
아침밥을 먹고 나와서
꽉둥이를 안을 때까지 약 3시간,,
눈치도 없이
진수의 배가 꼬르륵거린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