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작가가 된다.
힘든 시간이었다. 이제껏 쌓아놓았던게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숨고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늘 가던 카페가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찾았던 호숫가 옆 카페, 미약한 출렁임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무 생각없이 물결의 흐름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지금의 상황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다시 노트북을 켜자마자 엄습해 오는 긴장감으로 다시 노트북을 덮는다. 웃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야기를 엿듣고 싶었지만 웅성거림에 묻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창 밖을 보았다가 노트북을 열었다 닫았다가, 그리고 책을 들었다. 무언가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무언의 글 속에서 다시 긴장감이 느껴진다. 이내 포기하고 밀리의 서재 베스트를 한참을 뒤적거린다. 햇빛이 진하게 들어오니 점원은 차례대로 블라인드를 살짝 내린다. 여기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을까?
어제 10시,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출판사 편집장님! 5분이 채 되었을까? 그리 길지 않는 전화 통화를 하고 다시 카페의 내 자리를 찾아가는데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퇴사 후 3년 차,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새롭게 일을 시작했는데, 초심을 잃었을까? 그동안 쌓아놓은 커리어를 억지로 끌고 왔던 것일까? 모든게 가볍지 않았다. 떼어내지 못한 짐을 무겁게 어깨를 지고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실패도 경험이고 성장이라고 하잖아! 머릿속에서 윙윙 경고를 뿌려댄다. 아마 이런 경보도 의도적으로 생각해 낸 것일까?
자만했고 자만했다. 필터링은 피드백은 걸러내고 칭찬만 흘려보냈다. 그냥 써 내려가면 좋아해할 줄 았았는데... 리더십이라는 키워드에 눌렸다. 눌린채로 글을 써야 했다. 누르면 누르는대로... 짐을 내려놓지 않고 어깨로 맨 . '난 이정도로 눌리지 않아'라고 써내려갔다. 무겁게 포장되어진 생각은 머리를 지나 손가락을 거쳐 한자한자 타이핑된다. 내 글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거창하고 화려한 수식어구의 글을 써야한다는 필터가 씌어졌기 때문에... 그렇게 120페이지를 써내려갔다. 스스로 만족하며, 순진했던 샘플원고까지 감히 손을 대면서 마치 전문가인 척! 이 정도를 써내려갈 수 있는 척! 척척! 내려 놓자. 담백해지자.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함이 있다. 평범함이 곧 특별함이다. 앞으로 한 달, 내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