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태중에서부터 무수한 상처로 얼룩진 나는 그렇게 섬세하게 세상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한 번도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을 감내하고 모든 것을 내 등에 짊어졌다.
세상의 아픔도 세상의 고통도 세상의 슬픔도
매일 혼자 울면서도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
상처엔 누구보다 익숙하기에...
그 아픔을 막연하게 누구도 알지 않기를 바랐다.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람이길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길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래서 엄마가 바라던 사제의 길을 걷는 게 쉬웠으리라.
원치 않았음에도
제 한 몸 희생하면서 평생 세상을 밝히리라 마음 먹었다.
하지만 원치 않던 길은 그에게 병고를 지어주었다.
희귀난치병이란다. 고통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공부를 유독 잘했기에 유학 길에 올랐다.
가톨릭의 중심이라는 로마에서 오랜 시간 공부했다.
하지만 그 길은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구나.'
하지만 용기가 없었다.
버티고 버티다 몸이 다 망가져서야 그 길에서 벗어났다.
자유로웠고 행복했지만 이미 몸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있었다.
그렇게 그의 삶은 끝나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통 또한 신이 그에게 준 선물이었을까?
마주하고 겪어내고 의미를 찾으며 자신의 삶을 나누고자 했다.
이런 나도 살고 있으니 그대들도 힘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처고 고통이고 실수고 부족함이고 못남이고 실패고 그 모든 부족함을 당당하게 드러내기로 했다.
그 삶을 통해 단 한 사람이라도
용기를 얻게 된다면
위로를 받게 된다면
다시 일어설 마음이 생긴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부족함과 못남을 세상에 드러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나의 부족함을 이 글에 적어내고 있다.
세상이 조금은 더 밝아지길 바라며...
누군가 내가 그토록 바라던 죽음에서 돌아서 삶을 살길 바라며...
그리고 언젠가 이것이 내 삶을 지탱해줄 단단한 기둥이 되길 또한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