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제가 지금 느끼고 알고 있는 것들을
깨닫지 못했더라면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못 살았던 것 같지는 않은데 나름 기구한 삶을 살았다고들 하더라.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찌 그런 시간을 살아왔느냐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참 많았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시련들 안에서 그런 예쁜 생각들을 해왔느냐고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난 늘 그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금 이런 것들마저 깨닫지 못했다면 난 스스로 참 나쁜 선택을 했을 거예요."
라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마주본다는 것은 꽤나 아픈 일이다.
서른 즈음의 나를 돌이켜 보면 그때의 나는
'대학교 중퇴, 병자, 서른, 사회적으로는 좀 쓸 모 없는 사람'
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나의 사실'들을 마주하지 않고서는 나아갈 방법이 없었다.
나도 일곱 번째 계단부터 오르고 싶었지만 난 사실 첫 번째 계단에 서 있었다.
한 번에 대여섯 칸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쩌면 이런 것들 때문에 가끔 많은 사람들이 허황된 꿈을 꾸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인생의 계단은 꼭 한 계단씩 밖에 오를 수 없다고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현실을 용기있게 마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거라고
군대를 제대하고 시작한 투병생활은 어느정도 오른 것 같았던 삶의 계단에서 나를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갔다.
그리고 서른 즈음 유학도 포기하고 귀국한 뒤로는 제대로 된 투병생활의 시작이었다.
걷는 것도 잘 못했을 뿐더러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통증은 외부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병에 걸린 이후 한 번도 단 한 순간도 통증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런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이미 되버린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만의 행복의 기준들을 세우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래도 나름 행복하고 만족하고 있다.
물론 '이런 삶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 삶에 충실하기로 했고 그 기간동안 체득한 것들 가운데 좋은 것만 남기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그래도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