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 C Program의 이야기
[시작하기]에서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파트너들을 소개하고 프로젝트에 임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어떤 고민으로 프로젝트가 탄생했는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채우고 운영하기 위해 어떤 파트너들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맞이하고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는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 공간을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서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11~15세 나이의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의미합니다. 프로젝트의 자세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트윈세대를 위한 제3의 공간 프로젝트를 엮어가는 씨프로그램 신혜미 매니저의 글을 전합니다.
(이미지 출처: 티오 트레튼 유투브 영상)
지난 2019년 1월 9일, 전주시와 씨앗재단,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씨프로그램과 각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공공 도서관 안에 트윈세대를 위한 제 3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트윈세대는 10대(Teenager)와 사이(between)를 결합한 단어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의 낀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정확히 어떤 나이대인지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한국 나이로 10대 초반 즉 11세 -15세 나이로 어린이라 하기엔 어색하고, 청소년이라 부르기엔 조금 어린것 같은 나이대입니다. 이 나이대 아이들은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가기 위한 전환기(Transition)를 겪습니다. 독립적으로 자신만의 의견을 제시하고, 자기만의 그리고 또래만의 문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너무 어린 친구들이 오는 공간이라 시시하거나,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가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곳뿐입니다. 이 세대 친구들이 혼자, 또는 친구들과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이 세대의 아이들에게도 갈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제3의 공간이 본격적으로 가장 필요한 나이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스스로 어딘가 갈 수 있게 되는 나이, 입시에서 아직은 조금 자유로운 나이,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시작해봐도 되는 나이입니다. 씨프로그램에서 투자해온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공간들 즉 놀이터, 아이들의 작업실, 어린이 미술관등의 공간에서도 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항상 이 나이대 아이들을 만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사용자 조사를 할 때면 이 아이들도 본인들에게 필요한 안락하고, 편안한, 자유로운 공간이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이 시기가 되면서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어린이 열람실에 책을 보러 가던 도서관에 잘 가지 않게 됩니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뿐 아니라, 어린이 열람실도 아니고 청소년실도 아니고, 이 친구들이 도서관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딱히 없기 때문이죠. 시험 공부하러 열람실을 이용할 때 외에는 잘 가지 않고, 그래서인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많은 아이들이 도서관을 떠나고, 특별히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도서관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도서관은 책을 비롯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존재하는 공간, 내가 스스로 책을 찾아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 이용자의 주체성이 존중받는 공간, 동네에서 가장 안전한 공공 공간이죠. 그런 도서관이 조금만 더 자유로워진다면 이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이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상상은 도서관의 새로운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온 씨앗 재단, 책읽는사회문화재단과 함께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문화재단인 씨앗재단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도서관을 설립 운영하고 있으며 도서관의 의미있는 모델을 만드는 시도들에 후원해왔습니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은 시민들이 정보와 지식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사회 문화적 기반과 기회를 조성하기 위해 책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기적의 도서관 사업을 추진해온 팀입니다. 도서관에서의 경험을 다양하고 의미 있게 만들어 이용자를 확대하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를 살고 있는 시민들에게 앞으로도 필요한 지적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기관으로서 도서관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오던 팀이었습니다.
이번 실험은 현재 도서관의 기능으로는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이대의 이용자 "트윈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가장 진보적인 실험이자 동시에, 미래의 도서관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실험입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이 도서관에서 제안할 수 있는 경험의 지평을 넓혀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혁신적인 실험은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두 팀이라 가능했던 실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실험을 시작하기 위해 모인 세 팀이 만난 공공 도서관은 전주시립 완산도서관이었습니다. 전주시는 대표도서관인 완산도서관을 새롭게 건립 중인 중화산 도서관(가칭)으로 이전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한 층을 기존의 칸막이 위주의 열람실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청소년을 위한 전용공간으로 기획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운명 같은 만남이 있을 수 있는지. 주민과 닿아 있는 지자체의 지향과 자원이 민간 영역의 상상을 만나면, 상상은 단단한 땅에 발을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지금 신축하고 있는 중화산 도서관의 3층 공간을 트윈세대를 위한 전용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대승적인 합의’를 통해 이 상상이 현실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공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이 공간에서 하는 ‘경험’을 기획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은 시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공간은 완성된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그렇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공간 경험을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을 함께 기획해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물리적 공간,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 그리고 이 공간을 운영할 사람을 모두 고려하여 각각의 큰 축을 가장 잘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물리적 공간에서 입지는 처음 중화산 도서관(가칭)을 프로젝트 사이트로 선정할 때부터 고려하였습니다. 대표 도서관이기 때문에 전주시 전체에서 올 수 있지만, 가까운 곳에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트윈세대가 있는지 중요했습니다. 바로 옆 근영중학교가 있고, 반경 1km 안에 2개의 초등학교가 있는 도서관의 입지는 트윈세대가 물리적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이 공간을 아이들이 “사용하고 싶은” 공간으로 “구현”하는 일은 두 팀의 전문가가 함께 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디아이디어그룹은 트윈세대를 대상으로 면밀하게 “사용자” 조사를 진행해주시기로 하였습니다. 다양한 기업의 소비자/사용자 조사를 진행해온 디아이디어그룹은, 배움의 공간, 군산 놀이터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팀으로 아이들을 수혜자가 아닌, 사용자 관점으로 전환하여 제대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팀이었습니다. EUS+ 건축은 앞선 사용자 조사 결과를 받아 실제 공간을 구현하는 일을 맡아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공간을 만들 때 아이들의 목소리를 단편적으로 이해하지 않기 위해 한번 더 고민하고 해석하며 설계에 녹여 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팀이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함께 일해보고 싶은 팀으로 담아두고 있었어요. 아이들의 ‘공간과 관련된 언어’를 전문가적인 견해로 깊이 있게 설계에 담아내는 역할을 맡아 주셨습니다.
이 공간에서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그 경험을 할 때 공간 외에 필요한 재료와 자원은 어떤 것일지 큰 의미의 콘텐츠를 도출하는 작업은 진저티프로젝트에서 맡아주시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하게 될 경험은 하나의 프로그램도 아니고, 하나의 책을 통한 것도 아닌 복합적인 경험입니다. 실은 콘텐츠 부분이 아이들과 소통하며 정체모를 콘텐츠의 형태를 제안해야하는 ‘가장 모호한 파트’였습니다. 아이들과 탁월하게 소통해내시고, 그 소통의 언어를 명료하게 정리해내시며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들을 제시해줄 수 있는 팀. 진저티 프로젝트가 손을 들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공간을 운영할 어른들과 함께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함께 그려가보기로 하였습니다. 모두가 이 공간이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답도 없습니다. 다만 트윈세대에 대해 함께 이해하고, 필요한 워크숍엔 함께 참여하며 새로운 도서관 모델을 만들어가는 운영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정의해가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미 다양한 도서관의 변화를 만들어온 책읽는 사회문화재단에서 운영자 살롱을 통해 사서분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며 필요한 영감을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이렇게 공간 경험을 완성하는데 필요한 물리적 공간, 아이들이 경험할 콘텐츠, 아이들이 만날 공간의 운영자들을 위한 교육 각각을 이끌어갈 전문가 분들이 이 프로젝트에 함께해주셨습니다. 또한 전주시에서도 공간 쪽은 도서행정팀이, 콘텐츠와 운영자 쪽은 사서팀에서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해주고 계십니다. 결과물은 하나의 공간이겠지만, 3개의 큰 프로젝트를 주축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될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1월 9일 킥오프 미팅엔, 23명의 관련 담당자가 모이게 되었습니다. 전주시를 시작으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맥락, 참여하게 된 계기, 앞으로의 진행 방향성에 대해 간략하게 인사를 하고 나눈 뒤 전체 일정을 공유하고 이 프로젝트 진행 간, 필요한 그라운드룰을 설정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그라운드룰은 진행 간 어떤 의사결정의 순간에서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건 ‘트윈세대의 목소리’라는 것입니다. 각각의 주체가 각자의 이해관계 안에서 이 프로젝트를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안에서는 사용자로서 아이들을 최우선 한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그라운드 룰입니다.
이것은 3개의 주요한 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한 맥락과도 닿아있습니다. 아이들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 어떤 책 한 권을 놓을 때도 아이들에게 필요한 재료인지 확인한다는 것, 아이들이 가장 잘 사용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어른이 된다는 것. 굳이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아도, 아름답거나 특별한 공간은 만들어질 수 있을 겁니다. 이 자리에 모인, 서로 다른 도구상자를 가진 23명의 어른들은 '굳이' 어려운 길을 가기로 한 것이죠. 아이들이 중심이 되는 공간을,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고민도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을 함께 지켜 나가기로 합의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미팅은 기록에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참여하는 주체가 많은 만큼 나오는 이야기들을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는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다른 방향의 결과물을 보고 달려가지 않도록, 번거롭더라도 필요한 내용은 모두에게 공유하며 기록에 남깁니다.
중요한 미팅/ 만남을 기록에 남기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실험의 과정을 잘 기록해서 아마도 처음일 (하지만 유일하지는 않길 바라는) 경험이 흘러가 버리지 않도록, 실험의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도 의미 있는 발자국으로 남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모두가 한걸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번 글을 시작으로 프로젝트의 다양한 장면들을 글로 담아보겠습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는, 만들고 있는, 상상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우리가 시도했던 과정의 기록과 배움이 의미있게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마다의 경험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날까지,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화이팅’을 전하며.
전주시 트윈세대 공간 프로젝트 매니저 (PM) C Program 신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