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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Aug 12. 2023

장자[莊子]

오강남

공자(孔子)와 맹자(孟子)가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며 심신의 수양에 힘쓰라는 유교(儒敎)적인 가르침이라면,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는 이러한 차원을 뛰어넘어 자신을 내려놓고 모든 것의 근본으로 돌아 가라는 도가(道家) 사상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내면적 초월과 자유를 추구하는 도가 사상은 노자와 장자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노자 사상은 도덕경(道德經)이라는 책에서, 장자 사상은 장자(莊子) 책에서 읽을 수 있다. 도덕경은 간략한 어록이나 시로 구성되어 있고, 장자는 우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노자의 도덕경이 정치 지도자들을 위한 일종의 행동 지침서라고 볼 수 있다면, 장자는 개인이 내적으로 성장하고 깨닫기 위해 힘쓸 것을 강조한 철학서로 볼 수 있다.​ 노자가 “공을 이루면 뒤로 물러나야 위험이 없다.”, “백성들에게 (무엇을) 하려고 하지마라.”는 정치술에 가까운 반면, 장자는 현실 정치를 떠나 세속을 초탈한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약 2,300여년 전에 장자(BC369?~BC289?)가 쓴 이 책은 장자 자신의 글인 내편(內編) 7편과 외편(外編) 15편, 잡편(雜編) 11편의 총 33편으로 구성되어있다. 장자의 근본사상은 내편에 실려 있고, 외편과 잡편은 후대 제자들에 의해 써진 것으로 추측된다.

종교학을 전공한 저자가 풀이한 장자는 내편을 주로 다루고 외편과 잡편에서는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문을 실었다.


장자가 말한 깨달음, 완성된 인간이란 자연스러움으로 하나가 되어 절대 자유를 얻어 막힘이 없고 죽음도 없고 삶도 없는 경지를 말한다. 장자의 도(道)는 스스로 의롭다 하지도 않고, 편애하는 일도 없고, 잔재주를 부리지 않는다. 자만이나 집착 같은 자의식이 없는 상태, 완전히 자기를 비운 상태이다. 모든 일은 자연스러움에 따를 뿐 '나'라는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기에 여러 가지 인간의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 조건을 사물의 변화나 운명으로 생각하고 의연히 받아들인다. 안달하거나 초조해하지 않는 마음, 일희일비하지 않는 조화와 평화의 마음을 갖는다. 삶도 죽음도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면서 어우러지는 관계이니 죽음도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 장자가 보기에 삶은 '맞다.' 또는 '아니다.' 중의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하나의 줄로 이어진 우물의 도르래와 같다.


어릴적 학교에서 과학적 합리주의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은 나는 여기에 개인적으로 실용주의(實用主義,Pragmatism)를 더한 세계관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쯤으로 기억하는데 미국식 실용주의가 정말 쓸모있기에 세상에 도움되는 철학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당연히 공학(Engineering)을 세상에 가장 유용하고 도움되는 학문으로 보았다. 어릴적에 과학을 좋아했고,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을 했고, 기술은 대학을 졸업한 이후 38년간의 사회 활동에서 나의 주된 활동 무대이었다.


이러한 나에게 자기 수련을 먼저한 후에 집안과 나라를 다스린 후 천하를 평정해야 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말하는 공자와 맹자는 내가 어릴적에 가정과 학교에서 주입된 가치였다. 이것이 잘못된 교육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젊은 시절의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이에 비하여 인간과 세상이 움직이는 근본 이치를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장자(莊子)는 앞으로 남은 나의 삶을 살아가는데 깊은 지침과 추구할 가치를 제시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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