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것도 억울한데 병까지 걸린다고?
박우희
의도적으로 촌스러운듯한 표지 디자인에 유명한 BTS 그룹을 끌어들인 이 책은 여러개 올려진 YES24 무료 책 제공 리뷰를 포함하여 마케팅에 애를 쓴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이 책은 경영자독서모임(MBS)이 올해 추천한 수십권의 책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내가 이 책을 선택하여 읽은 이유가 책의 제목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화병(火病)은 사람이 자신이 격는 속상함, 억울함, 부당함, 분노를 억누르고 해결하지 못하여 그 억압된 분노가 여러가지 신체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의 병인 화병으로 우울감, 우울증, 식욕저하, 소화불량, 불면증, 탈모, 호흡곤란, 두통, 공황장애, ADHD 등의 매우 다양한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현대 의학에서는 흔히 '스트레스'라 불리며,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직 한의원 원장인 저자는 한의한적으로 화(火)를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천인지(天.人.地) 이론을 도입하였고 이 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저자는 직접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천인지 이론에 기초하여 직접 다양한 증상의 화병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이 책에 나열하였다. 저자는 이 책을 내는데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여전히 나에게는 많이 낮선 동양의학이 그러하듯이 이 책은 인체에서 기(氣)와 12 경락(經絡)을 매우 중요시한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氣는 우리 주위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을 氣라는 단어로 표현했을 뿐이지 결코 신비롭거나 미신적인 개념은 아니다. 사람의 인체에 氣와 경락(經絡)이라는 실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서양의학에 기초한 인체구조만을 중고등학교때 배운 나의 지식으로는 이 실체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다지 두껍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에서 나에게 다가온 짧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 이 문장이 침과 한약만큼 화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내가 다른 누군가의 모습에 화가 난다면 그 모습이 나에게도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 APPENDIX ]
기(氣) : 한의학에서 ‘사람의 신체에 존재하는 경락(經絡)의 망(網)을 따라 흐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필수적인 생명의 힘’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양학에서는 우주만물의 기본이 되는 에너지이며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라고 정의한다. 우주의 변화가 氣에 의해서 일어나고 우주에 속해있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인 인간도 이러한 氣의 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의학에는 인체를 소우주(小宇宙)라고 말하는데, 우주와 인간의 氣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고 통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의생리학’은 서양의학의 'Physiology(생리학)'에 대응되는 과목인데, 기(氣)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두가지 전제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로 “사물의 형태와 작용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우주발생론적 차원에서 세상의 모든 것 은 하나의 氣로부터 파생된 것이므로 모두 동일하다”는 전제가 있고, 또 다른 전제는 “인간을 비롯한 유형질의 만물이 모두 氣의 합으로 이루어졌다”는 인체발생론적 관점이다. 즉 자연계와 인체는 모두 氣로 이루어졌고 氣로부터 기원하므로 결국 하나의 氣 라는 기일원론(氣一元論)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일원론적 관점에서 거대한 우주로부터 인체 그리고 보이지 않는 미세한 세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상은 氣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하나로서 서로 모양을 바꾸어가면서 변화를 거듭한다.
경락(經絡) : 인체 내의 기혈(氣血)이 흐르고 조절되는 기본 통로이고, 거기서 흩어져 나온 통로인 경맥(經脈)과 낙맥(絡脈)을 아울러 부르는 용어이다. 경맥은 간선(幹線)으로, 낙맥은 지선(支線)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부분을 침이나 뜸으로 자극하여 병을 낫게 한다.
한의학에서 인체 내의 기혈의 여러 통로와 다양한 작용방식을 인식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동양 의학에서 말하는 기혈(氣穴) 및 기혈(氣血)은 현대의학에 언급하는 신경이나 혈액 등 생존에 필요한 요소 또는 ATP 에너지대사처럼 인간의 신체활동을 이해하기위한 유효한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