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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익수 Jul 15. 2022

지구를 살리는 옷장

박진영,신하나

다양한 책에 대한 정보를 1주일에 한번씩 소개하는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나는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지나간 팟캐스트를 챙겨서 듣곤 한다. 어느 날 라디오 북클럽에서 소개한 내용이 귀에 들어와서 구입한 이 책은 재생 종이로 출판된 150여쪽의 손바닦만한 작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떤 패션 브랜드에서 동료로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뜻을 모아 패션 브랜드 낫아워스(Not Ours)를 함께 런칭하여 운영하는 젊은 여성 공동대표이다. 낫아워스에서 박진영은 디자인, 신하나는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한다. 두 사람 다 비건으로, 패션의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구환경을 해치지 않는 옷,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패션을 추구한다. 이 것을 '비건 패션'으로 설명하며, 추구하는 목표의 이념적인 기반을 비거니즘에 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H&M과 Zara 브랜드로 대표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신제품 출시주기는 평균 3주로 매우 짧다. 패스트 패션은 빠른 패션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이상할 정도로 낮은 가격에 신상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패스트 패션은 "옷은 잘 관리하고 수선해서 오랫동안 입기 보다는 한계절 입고 버리는 소모품이다."라고 마케팅한다. 이러한 홍보의 홍수 속에 싼 가격으로 매일 엄청난 옷이 소비되고, 중고 의류 기부라는 이름으로 버려지어 산처럼 쌓이는 헌옷은 불과 1%만 재활용이 가능하고 나머지는 심각한 환경재앙으로 되돌아 온다.

수 많은 산업중에서도 패션 산업은 물 사용량이 2번째 엄청나게 많은 물소비 산업이다. 동남아 물부족 국가의 저임금 의류제조산업은 이들 나라의 물부족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터무니 없는 '착한 가격'은 동남아 저임금 노동환경 공급망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나쁜 가격'이다.

슬로우 패션 산업이 “물건을 많이 생산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할 수 있다면 적게 팔아야 한다는 뜻이라서 뜬금없다. 한개라도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하여 엄청난 마케팅으로 가득한 자본주의 경제에서 ‘덜 팔아야 한다.’고 말하는 비건 패션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살아 남는 정도의 사업으로는 산업을 바꿀 수가 없다.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 ‘Don’t Buy This Jacket,’이라고 캠페인하는 미국의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구환경보호 활동에 해마다 매출의 1%를 기부하는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라서 그렇다고 치더라도, 낫아워스는 용감한 청년 사업가의 작은 도전으로 보인다.

- 나의 블로그 @2021년 3월: Patagonia[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이 책이 계기가 된 낫아워스 두 대표의 북토크 영상을 보면 거대한 자본주의 경제가 추구하는 이익 지상주의에 대하여 비건주의 깃발을 치켜들고 ‘우리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안타깝게 보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비건주의에 동조하지 않지만 이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설명하는 작은 실천은 잔잔한 감동이다. 추구하는 이념을 가진 젊음은 오히려 무엇을 모르기 때문에 겁이 없어 용감하고, 그래서 아직은 순수하기에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 있고, 적어도 자신의 삶을 확실히 바꿀 수 있다.


​​

[ APPENDIX ]

채식주의를 뜻하는 ‘비건(Vegan)'이라는 용어는 1944년 영국에서 유래했고, 채식주의자(Vegetarian)의 첫 글자와 마지막 글자를 조합하여 만들어졌다.

비거니즘(Viganism )으로 불리우는 비건주의는 다양한 이유로 동물 착취에 반대하는 행동철학이다. 육류 섭취를 자제하고, 유제품, 계란,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거나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식습관에 그치지 않고, 가죽제품, 양모, 오리털, 동물 화학실험 등 동물성 제품의 사용도 피하는 더욱 적극적인 개념을 뜻한다. 한편, 채소와 과일, 해초와 같은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철저하고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비건(Vegan)으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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