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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방아저씨 Mar 12. 2023

서방 제재下, 이란과 UAE의 공생관계 (하왈라 란?)

(3/3) 두바이 Creek의 많은 통통배는... 

이란과 UAE 관련된 글을 두 번에 걸쳐 올렸었고, 오늘은 마지막으로 서방의 이란 제재하에서 이란과 UAE 양국의 공생 관계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린 대로 제재가 계속되면서 이란의 헤게모니가 주변국으로 이동했고, 이중 주요 수혜국이 발 빠른 UAE(특히 두바이)라고 말씀드렸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란과 UAE 양국이 하기와 같은 이유로 서로 적대관계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1) 상이한 이슬람 종파 (이란: 시아파,  UAE: 수니파)

   2) 미국에 대한 관계    (이란: 반미,     UAE: 친미) 

   3) 사우디와의 관계     (이란: 반사우디, UAE: 친사우디 및 GCC회원국)  

   4) 호르무즈 해협 3개 섬에 대한 이란 vs UAE 영토분쟁 


그러나 종교나 이데올로기보다 중요한 것이 자국의 생존과 경제적 이익이라고 생각합니다.   

19세기 크림 전쟁 때, 기독교 국가인 영국이 같은 종교인 러시아가 아닌 이슬람인 오스만제국 편을 들은 것과 같이, 근대 이후에는 종교보다는 자국의 이익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양국의 공생관계에 대한 3번째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1/3) 두바이 Creek의 유래와 재수출 시장 (Re-export)

 2/3) 이란 제재의 역사와 UAE의 성장

 3/3) 이란과 UAE의 공생 관계




난 글들을 통해 이란과 미국/사우디 간의 관계는 이해가 되실 겁니다.  미국은 이란에 40년간 제재 조치를 지속 강화하고 있고, 사우디는 수니 벨트의 맹주로 시아 벨트인 이란과 서로 적대적 경쟁관계에 있습니다. 


이제는 UAE와 이란과의 관계를 알아봐야 하는데,  우선 종종 이슈화되는 양국 간의 영토분쟁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란 vs UAE 영토분쟁 3개 섬 (좌), UAE 7개 토후국 (우)


1) 이란 vs UAE 영토분쟁의 실상 


1971년 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정식 출범하기 며칠 전,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의 대턴브와 소턴브 섬을 강제 점령합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이란군은 인근의 아부무사 섬까지 점령을 하게 되고,  이 상황이 현재까지 계속되는 것입니다. 이란은 페르시아에 공물을 바치던 토후국의 3개 섬에 대한 주권 회복이 강제 점령 이유라 밝혔습니다. 


이 섬들은 전략적 요충 해협인 호르무즈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원유 매장량도 커서 중요도가 높습니다. 

이란 대통령이 이들 섬에 가서 연설을 하거나,  중국 주석 등이 이 섬들에 대한 소유권 관련 언급을 하여 종종 양국 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1971년 영국이 UAE에서 철수하기 바로 전에 이란이 이 섬들을 점령했는데, 영국이 이를 묵과한 이유는 이 지역에서의 이란의 패권을 인식하고 이란에 의해 이 지역 균형이 유지되길 바랐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최근의 미국 민주당 오바마나 바이든도 같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 지역의 안정은 이란에 달려있고, 미국은 이란과의 관계만 정상화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동 걸프 해에 주둔한 미군을 빼서,  주적으로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을 했을 겁니다.  (물론 뜻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현재 양국은 영토분쟁 중에 있지만, UAE가 이를 서로 기분 안 상하게 매우 잘 대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사 강대국들 사이에 있는 한국이 중립외교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3개섬중 대턴브/소턴브섬은 7개 토후국중 Ras Al Khaimah의 땅이었고, 아부무사 섬은 Sharjah의 소유입니다. 현재 영토 반환을 요청하거나 이슈화하는 곳이 UAE 내 힘 있는 아부다비나 두바이가 아닌 것입니다. 따라서 이란과 아부다비/두바이 간에는 영토분쟁 관련 큰 논쟁을 안 하고 있고, 굳이 이슈화가 되면 UAE 대사나 영사를 소환했다 다시 원복 시키는 정도의 보여주기성 행위만 하지 국교 단절은 한 적이 없습니다. 


2) 이란 vs UAE 간의 경제적 영향력 


위에 글에서 종교나 이데올로기보다 중요한 것이 경제적 이익이라고 했는데,  이란과 UAE 간의 경제적인 영향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란과 UAE 경제규모를 단순 비교해 보면,  이란이 (원유수출 중단등 경제재재 하에 있지만) UAE의 GDP규모보다  두 배이상 큽니다.  지난번에 설명드린 대로, 인당 GDP는 UAE가 4배 이상 크지만, 인구에 있어서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란 vs UAE 인구 및 경제규모 비교 (출처 : cia.gov)


양국의 교역을 1) 이란에 입장에서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트럼프의 마지막 경제제재 이전 기준으로, 이란 수출 교역국의 2위 국가가 중국에 이어 UAE였습니다.  

이란의 주요 수출국 (2016~17) (출처 : Britannica.inc) 



최근 이란 세관 자료를 보면 트럼프의 2017년 이후 완전한 달러 거래를 포함한 경제봉쇄 상황에서도, 이란 인근 국 수출액을 보면 UAE가 가장 높습니다. 

이란의 인접국 교역 현황 (20.4월~21.3월)  (출처 : 이란 세관)


이번에는 2) UAE 입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이전 수출 교역국 2위가 이란 이었습니다. (전체 20% 점유).   제재 강화 이후 2021년 기준으로 보면, 11위 3% 비중으로 급감을 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수출 Data이고,  비공식적인 수출은 포함되지 않은 자료입니다.   (제재 상황에서 이란과의 높은 교역량은 미국에게 눈치가 많이 보일 것입니다.) 


2017년 이전 UAE의 수출 교역국 (좌),  2021년 기준 UAE의 수출교역국(우)


지정학적인 위치와 UAE(특히 두바이)의 물류 인프라로 인해 두 국가는 이미 뗄래야 뗄수 없는 관계인 것입니다. 그럼 제재하에서 이 두 국가는 어떤 식으로 비공식 교역을 할 수 있을까요? 


설명드린 대로 이란과의 정식적인 수출입은 모두 통제를 당하고 있고, 무엇보다 USD 송금이 불가한 상황입니다.  은행이 이란과 Transaction에 개입될 경우 천문학적 벌금을 문다고 설명드렸었습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주요 방식이 "하왈라 (Hawala)"라는 이슬람식 소위 환치기 방식입니다.  


하왈라는 신뢰라는 의미를 가진 아랍어입니다.  이슬람 형제라는 믿음 아래 행해지는 이슬람권의 전통적인 금전 거래방식으로, 과거 실크로드 교역을 하던 대상들이 도적들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한 방식입니다. 현재 하왈라는 약간의 수수료만으로 무슬림 사이에서 은행을 끼지 않고 세계 어디로든 송금이 가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알카에다가 미국으로 송금하는 방식으로도 유명한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서 장부거래 방식인 것입니다.  아래 그림은 두바이에서 테헤란으로 돈 송금하는 방식의 예시입니다. 두바이에서 테헤란으로 돈을 보내려는 사람과, 테헤란에서 수입대금을 두바이로 보내려는 사람이 브로커를 통해 실제 국가 간에 돈 송금이 없이 장부계리로 현지화로 받는 개념입니다.     


두바이와 테헤란 간의 하왈라 프로세스 예시

이란에서는 많은 환전소가 있는데,  대부분의 환전소 주인은 두바이에도 환전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란과 두바이에 동일한 오너를 가진 환전소들이 용이하게 하왈라를 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두바이 Creek에 있던 많은 통통배들의 대금결제가 대략 어떻게 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란의 환전소


3) 경제적 이유 외 이란과의 관계의 중요성  


위에서 UAE와 이란과의 경제적인 영향력에 대해 설명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외에도 이란과 관계를 나쁘게 가져갈 수 없는 이유들을 몇 가지 알아보겠습니다. 


 - 사우디의 큰형 역할에 대한 모호성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 사우디는 성지를 수호하는 역할뿐 아니라 군사/경제적인 면에서 GCC국가 내 큰 형 역할을 해왔었습니다.  그러나 형님이 동생들을 안 챙기고 자국의 이익에 신경 쓰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 성지를 보호해야 하는 사우디 영토에,  형제국가인 이라크로 쳐들어가는 이교도인 미군을 주둔 (걸프전)

 (이로 인해,  바레인/카타르등도 앞다투어 경쟁하듯 미군에게 공군비행장 등을 내어주었습니다) 

▶ 동생 국가인 카타르를 이란과 친하다는 이유 등으로 국교 단교 및 제재 

▶ Vision 2030이라는 미명하에,  UAE가 현재 누리고 있는 물류,관광, 예능 및 교역등을 침해 

   실제 사우디는 자국 내 외국기업을 유치하려면,  지역 총괄 조직을 사우디로 옮길 것을 종용하고 있고, 이는  결국 두바이로 부터의 이전이라,  UAE 경제에 영향을 주는 조치임. 


- 경쟁국인 카타르의 이란과의 관계 개선 

 지난 포스팅에서 카타르와 UAE 간의 보이지 않는 그러나 심각한 경쟁관계를 설명드렸었습니다.  UAE가 이란과 관계를 멀리할수록, 경쟁국인 카타르에게 경제적인 수혜가 넘어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westnn777/222986480019


- 이란의 군사적인 Risk 분산 

하기 그림은 2020년 1월 기준 (미군이 아프간 철수 이전) 중동 내 미군 주둔 현황입니다. 911 사태 이후 걸프전을 하면서 미군이 본격적으로 주둔하였고, 현재 이라크/아프간의 Risk가 낮아진 상황이다 보니 현재는 이란이 주요 주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때에는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를 지원하기 위해 미군 파병을 늘이기도 했었습니다. 


UAE가 현명하다면,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사우디와의 관계 유지만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우디를 제외한 GCC국가들의 생존과도 같은 것은 결국 사우디와 이란 간 중립외교가 아닐지요?    


2020년 1월 기준 중동 내 미군 주둔현황


세 차례 글을 통해서, UAE와 이란 간의 관계 및 교역 방식 등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결국 이 지역의 관계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이제는 종교나 형제 국가 관계도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시아벨트와 수니벨트로 구분해서 보는 것보다는 시야가 넓어지셨기를 바라면서 3차례의 글을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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