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1

by seoro

당신은 막 이야기를 시작하려 입술을 뗄 때는 분명 나의 눈동자를 바라봅니다. 그러나 하나 둘, 이초가 지나면 스르르 시선을 미끄러뜨리지요. 이야기는 계속되지만 시선은 사라져서,

나는 악수를 하다가 손을 놓친 것처럼 잠시 당황합니다.

그날 밤, 몇 번이나 그랬어요.

당신이 그런다고 내가 그 얘길 했더니 당신은 놀란 것처럼, 아니 안 놀란 것처럼 웃고,

되려 내게 물어요. '내가 왜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진단을 내리려는 의사처럼 고심하지만, 당연히도 알 수 없어요.

누군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간의 한계가 당신에게는 이초인가 싶은데, 글쎄요, 하고 나는 대답하지요. 어쩌면 부담이나 불안 같은 이유일지 모르나 그 말들은 예쁘지 않아서 당신에게 전하고 싶지 않죠.

그리고 이제와 당신에게, 예쁜 말을 골라 이유를 만들어 줄 걸 생각해요. 이를테면,

이쪽으로 오세요. 누군가가 누군가를 안내할 때 그렇게 말하고는 필히 등을 보이잖아요. 누군가가 그 등을 따라가죠. 그러니까 이초의 짧은 시선은 당신의 안내 신호일까요. 내 이야기로 잠깐 오세요, 하는. 그 뒤에 당신의 시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앞서고 있었던지도요.


길지도 짧지도 않게 높지도 낮지도 않게 당신은 이야기를 잘합니다. 그날 밤, 그랬어요. 모든 것이 적당했어요. 때 이른 찬 바람만 빼고요. 나는 물컵에 담긴 고요한 물을 보듯 당신을 보았지요. 나는 한 번도 시선을 놓지 않았어요.


내가 그 얘길 하고 났더니 이제 당신은 이초가 지나도 눈길을 옮기지 못해요. 그러지 않으려는 노력 때문에 눈빛은 검게 흔들리네요. 나는 웃어요. '괜찮아요, 그냥 하던 대로 해요' 당신이 물 한 모금을 삼킬 때 내가 또 말해요. '나는 그냥 내가 알게 된 걸 말해주고 싶었어요'

당신은 숨을 후, 쉬고, 그러자 눈가가 희미하게 부드러워집니다. 미안한 마음이 막 들려고 할 때 당신이 말해요. '좋은 관찰이었어요'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났어요. 당신이 지금도 하나, 둘까지만 눈 맞추는 사람인지는 모르나, 나는 아직도, 내가 마치 당신의 작고 은밀한 일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매거진의 이전글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