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그래서, 나는 공부를 하기로 했다

by 서해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단단해진 건 아니다.


여전히 하루는 빠듯하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내 몫의 시간은 늘 빚처럼 남아 있다.


대학원이라는 선택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확신이라기보다

지금의 나를 더 이상 미루지 않겠다는

작은 선언에 가까웠다.


면접 대기실에 앉아 있을 때였다.

내 또래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 보이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이 자리에 와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커리어의 다음 단계를 위해,

누군가는 방향을 바꾸기 위해,

누군가는 나처럼

지금의 자신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 위해.


그 풍경을 보며

문득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나의 선택이

그곳에서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제 좀 알겠다.


완벽한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는 것,

완벽한 엄마, 완벽한 직장인, 완벽한 학생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셋 중 어느 것도 내려놓지 않되,

어느 것도 완벽하려 애쓰지 않기로 했다.


다만 확실한 건,

나는 이 고민을 피해 가지 않았고,

내 삶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준비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고

다음엔 ‘캠퍼스 생활’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조금 늦은 학생의

대학원 생활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