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장 토론)
복직 후 나의 방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내 의견을 존중하면서도
매번 선택의 순간마다
신중론을 꺼내 드는 사람.
나름 쿨하게 밀어붙이고 싶은 나에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거는 사람이다.
이번 대학원 지원도 마찬가지였다.
서류 준비부터 면접까지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대학원 최종 합격 발표까지 나자
지켜보던 남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진짜 갈 거야?”
“그럼 나한테도 학업계획서 제출 해야지.”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표정이 진심이었다.
그 순간
진짜 면접이 시작됐다.
— 왜 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
— 학비는 어떻게 충당할 건지
— 주중·주말 수업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지
— 아이와 남편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는지
— 내가 집에 없는 날은 며칠인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네 살짜리 아이에게도
이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야 해.”
대학원 면접에서도
이 정도 압박은 없었다.
남편은 질문에 질문을 더했다.
“학업 계획이 모호해.”
“장기 목표는 뭐야?”
“이 정도 계획이라면 난 동의 못 해.”
나는 자꾸 막혔고,
남편은 끝까지 몰아 붙였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려 하자
흥분을 가라 앉히고
조용히 말했다.
“석사를 한다고
인생이 확 바뀔 거라고 기대하진 않아.
여전히 방황할 수도 있고,
가보니 시간 낭비였다고 느낄 수도 있어.
근데… 안 가봤잖아.
그건 가봐야 아는 거잖아.
막상 가보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이
열릴 수도 있고,
그제야 내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될지도 몰라.
안 가면
난 아마 평생
‘안 가본 길’을
후회하며 살 것 같아.
그리고 이제 더 미룰 시간도 없어.”
남편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수긍이 가네.
그럼 일단 1학기만 해봐.”
참나.
허락제라니.
웃기기도 하고 얄밉기도 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공부 의욕이 생겼다.
아마도 그건
이해받아서가 아니라,
끝장 토론 끝에
스스로 확신을 얻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원 면접보다 더 어려웠던
남편의 학업계획 면접은 그렇게 끝났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기 이전에,
내 선택을 끝까지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