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에게 대학원은 사치일까

내 일상을 쥐어짜며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

by 서해


합격의 기쁨도 잠시,

시간표를 열어보는 순간

마음이 쪼그라들었다.


내 하루는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었다.


아침 준비, 등원 준비, 출근, 퇴근, 아이 하원,

재우기.

여기에 강의와 과제, 읽어야 할 논문까지.

이건 ‘조금 더 열심히’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을 더 쥐어짜야 가능한 일정이었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내가 욕심을 부리는 걸까.


수업을 위해 출근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면

아이는 어린이집에 한 시간 더 일찍 가야 한다.

지금도 하루 9시간을 보내는데,

10시간이라니.


아이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이 아이의 시간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나, 너무 이기적인 엄마 아니야?


육아 관련 책을 더 읽어도 시원찮을 판에

아직도 꿈 타령이라니.


워킹맘이 된 이후로

나는 늘 이 질문 앞에서 멈춰 선다.

나를 위한 선택은

언제나 ‘가족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 필요했고,

그 설명이 부족하면

곧장 죄책감이 따라왔다.


아이가 없었다면

나는 모든 걸 내려놓고

훌훌 떠나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있는 나의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달라졌다.

엄마라는 존재는

어린아이에게 예상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은

벅차면서도, 동시에 버거웠다.


결국 대학원 앞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릴 수 있는 답이 필요했다.


그럼 나는 언제 나를 돌보지?

엄마이기 전에 나였던 시간은

이제 없어져도 되는 걸까.


이기적으로 굴며

쿨하게 마음이 정리가 되는듯하다가도,

돌아서면 아이 얼굴이 밟혔다.


내가 대학원을 가지 않더라도

나는 이미 충분히 바쁜 엄마다.

그렇다면 더 바쁘더라도 조금 더 밝고,

에너지 있는 엄마가 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에너지는 공허한 마음보다

어느 정도 채워진 마음에서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정리됐다.

앞으로도 나는 버거워 하며

자주 흔들릴 것이다.


다만 지금의 나는

이 선택이 사치인지 아닌지를

결과로 증명하려 하기보다,

왜 이만큼까지 고민했는지를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남겨두고 싶다.


워킹맘에게 대학원은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나를 완전히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선택처럼 느껴졌다.


여기까지 마음을 정리하고 되니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얘기 좀 하자."


마지막 관문

남편의 면접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