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도 잘한 거라는 걸 배우기까지

평생 스스로에게 가혹했던 나와 화해하는 중

by 서해


내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내가 가진 것’에 비해

조금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해 왔다.

그 덕에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왔지만,

그 이면에는 늘

“넌 아직 70점이야.”

라고 말하며 나를 몰아붙이던 습관이 있었다.


현실과

내가 나 자신에게 요구하는 목표 사이의 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 진학에서도 그랬고,

취업을 준비할 때도 그랬다.

내가 세운 최상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고,

'그래도 여기까지는 가야지'라고 정해둔 지점에

도착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나는 그 결과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내 인생은 자연스럽게

‘상향된 목표’와

‘그 목표보다 살짝 미달하는 결과’의 연속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80점, 어쩌면 100점도 될 수 있는

결과 앞에서

나는 늘 스스로에게 70점만 주었다.

그러고는 점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곧바로 다음 목표를 던졌다.


증권사와 컨설팅 회사를 거쳐

지금의 회사로 옮겼다.

나는 특정 업무를 깊게 파온 사람이었는데,

일반 조직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게 되자

모르는 일,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 부족함을 그대로 인정하는 일이

나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뭐든 잘해야만 할 것 같았고,

70점은 용납되지 않는 오랜 기준이

나를 늘 긴장상태로 만들었다.


이번 대학원 합격 결과를 받아 들며

나는 익숙한 그 감정을 다시 마주했다.


두 곳의 대학원에 지원했고,

한 곳에는 합격,

다른 한 곳에서는 예비 합격 통보를 받았다.

합격한 대학원은

충분히 좋은 학교였고,

워킹맘인 나에게 더 현실적인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이 편치 않았다.

결과 때문이라기보다,

이 상황에서도 여전히

'충분하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평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조금 부족하면 70점

조금 잘해도 70점,

늘 같은 점수로

나를 재단하고 있었다.


평생 내가 만든 70점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이제는 좀

그 방식을 바꿔야겠다.


그래도 70점을 줄 거라면

그 점수에 담긴 의미를 바꿀 거다.

70점도 잘한 거다.

아니, 진짜 잘한 거다.


이제는

나를 다독이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맛있는 것 하나 시켜 먹으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줘야겠다.


“정말 잘했어. 합격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