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판에서 글감을 챙긴다
“난 딴 돈의 반만 가져가.”
— 영화 〈타짜〉, 편경장 명대사
오늘 팀 티타임에서 팀장이 우리 팀에 닥친
업무 순서를 하나씩 읊는데,
듣다 보니 뜬금없게도 편경장 대사가 떠올랐다.
나는 이판(직장 생활)에서 뭘 챙겨가고 있지?
월급이라면, 그 대가는 이미 지불했다.
내 청춘, 체력, 멘탈까지.
보고서를 쓸 때마다 내 영혼도 한 장씩 갈려 나간다.
사무실 공기엔 산소 대신 피로가 가득하고,
하도 Ctrl+C, V를 눌러댄 덕에
왼손엔 터널 증후군이 찾아왔다.
그래도 편경장은 딴 돈이 자기 생각보다 많았는지 반만 챙긴다는데, 나는 뭘 챙겨가는가?
월급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좀 더 챙겨야 겠다.
인간 관찰 데이터를 챙기고,
눈치와 버티기라는 사회적 근육도 좀 단련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글감 한 줌.
업무일지 한 꼭지를 챙겨야 겠다.
편경장이 돈의 반을 챙겼다면,
나는 오늘도 피곤의 반과 글감의 전부를 챙겨간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들이 모여
내 삶의 또 다른 판돈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