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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늬바람 Nov 12. 2020

다정한 뜨거움.

<안녕 사르코이드> 닫는 글

2020년 1월 28일 <안녕 사르코이드> 매거진 발간. 스물세 편의 글과 함께 소개했던 스물네 개의 곡. 스무 개의 사진. 들쭉날쭉한 마음에 언젠가 아무 흔적 없이 슬며시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약간의 불안함과 함께. 내면의 이야기를, 사소하고 사적인 몸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온라인이라는 공간에 내놓음에 대한 껄끄러운 기분을 잠시 옆으로 밀어 두고, 쓰고 싶고 말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누가 읽어줄까, 누군가 읽어주기를, ‘ooo 님이 매거진을 구독합니다’라는 알림이 반가우면서도 신기했고 감사했으며, 많은 구독자들이 나의 지인들이라 민망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공존했더라.      


아픈 몸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자칫 지겹고 힘 빠지고 피곤한 이야기가 되어 읽기 꺼려지는 글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나날도 존재했으며, 글을 쓰면 구독자에게 날아갈 알림이 너무 자주이거나 혹은 제목만으로도 기운을 빠지게 할까 싶은 걱정을 사서 하기도 했으며. 그럼에도 가끔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는 이들에게 ‘글 잘 읽고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그게 그렇게 기쁘고 감사하더라. 정말로.      


정기적인 글 업데이트를 그 누구와도 약속한 적 없지만 글을 올리는 주기가 일주일을 넘어가면 혼자서 초조해졌으며 나의 게으름을 꾸짖기도 했고, 그러다 몸과 마음의 기운이 올라와주지 않으면 브런치를 쳐다보지도 않을 때도 종종 있었고. 다른 작가들의 글이 등록되었음을 알리는 알림이 얄미워 알림을 순삭해버린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내 글보다 함께 소개하는 음악이 더욱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마음도. 좀 웃긴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 브런치가 음악 맛집이 되는 꿈을 잠시 꿔보기도. 그렇게 알려지기엔 나의 취향이 확고하고 곡 설명도 부족하지만. 이런저런 바람 덕분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 곡을 선택하고 듣고 확인하기를 여러 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음악 선택만큼 사진을 선택할 때도 쉽게 하지 않았다. 내가 찍었던 사진 중에서 글의 분위기와 어울릴만한 것을 골라 어쩔 때는 일부를 잘라내어 메인에 넣기도 했다. 글쓰기는 고통을 동반하기도 했으나 음악과 사진을 고르는 일만큼은 시간이 오래 걸려도 즐거움으로 가득했는데.    


약 10개월 동안 읽고 썼다. 시작했을 때는 마지막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끝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중간에 그만두지 않았음에, 조금 놀랐다. 아프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사건, 아프지 않았더라면 쓰지 않고 읽지 않았을 글. 나를 위한 기록과 독자들의 마음에 일렁이기를 바라는 그 중간 어디쯤에 있을. 그랬기에 쉼은 있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안녕 사르코이드>를 구독하는 스물일곱 명과 매거진을 구독하는 마흔네 명의 구독자 분들 그리고 글을 쓰는 동안 옆에 함께 있어준 애정하는 지인들에게, 따듯하고 다정한 고마움을. 마치 겨울의 해변에 저 높이 떠 있는 뜨거운 태양이 만들어낸 따사로움처럼. 주변은 매섭고 추울지라도 해가 비추는 그곳만큼은 따듯해 잠시 몸을 녹일 수 있는 기분 좋은 뜨거움같이.           




안녕하세요. 하늬바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


이 글을 마지막으로 <안녕 사르코이드> 매거진을 닫고자 해요. 조금 더 일찍 하기를 바랐는데 - 갑상선 수술 전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는데 - 어찌하다 보니 수술이 끝나고 회복하는 중에, 이제는 인사를 드려야겠다 싶은 마음이 조금씩 솟아나 더 늦기 전에 글을 올립니다.


이 매거진을 닫는 이유는 조금 단순합니다. 저와 함께 살아가는 질병이 사르코이드만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 매거진에서도 언급했지만 5월에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아 몇 달간 검사와 진료를 반복해 10월에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사르코이드와는 또 다른 질병을 마주하며 예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을 풀어내고 싶어요. 그러기엔 제목이 '안녕 사르코이드'니까.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때는 개인마다 다른 것 같아요. 저 역시 다른 이의 아픔을 읽는 데는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닿지 못한 글도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부족한 글 읽고 따듯한 댓글도 남겨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 한번 더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이 매거진을 잘 닫을 수 있었어요. 또, 언젠가는 만날 그래서 아직은 만나지 못한 독자님들도 감사합니다. 저는 조금 더 고민하고 몸과 마음의 기운 채워서 새로운 매거진으로 인사드릴게요. 기다려 주세요 :) 


고맙습니다.

하늬바람 드림. 


함께 소개하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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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k Terry  "Georgia On My Mind" 

* 영상이 재생되지 않으면, 이 링크에서 음악을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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