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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경희 Aug 14. 2020

공부하기 싫은 게 아니에요

나도 몰라요

학부모님의 상담 전화를 받았다.


기말고사 기간인데 중학교 1학년인 딸이 너무 공부를 안 한다는 것이다.

학생과 공부 얘기하면 서로 언쟁이 되어 상황이 악화되어 고민이라고 했다.

공부에 대한 학부모의 마음, 학생의 마음 전부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다.




학생의 엄마와 통화 한  다음날 학생은 공부하러 왔다.


"왔니? 덥지? 시원한 음료수 줄까?"

그랬더니 학생이 대뜸


"선생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어요?"

라고 물어봤다.


순간적으로 왜 물어보지? 잘했다고 할까? 못했다고 할까?

고민이 됐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나에 대해 궁금한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험 끝나고 공부하러 온 학생이 신발도 벗기 전에 현관에서 물어보는 말이

"선생님, 학생 때 공부 잘했어요?"

라는 말은 뭔가 할 말이 있어서라고 느꼈다.


"아니, 못했는데. 중1 첫 시험은 정말 망했는데? 왜?"

라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반갑다는 뜻으로....

내가 문제에 정답을 맞힌 기분이다.


"저도 시험 망했어요. 근데 선생님 공부하고 싶었는데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겠어요"

라고 했다.


'그래, 그랬구나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 공부를 안 한 거구나, '


"지금은 중1이니까 가능성 있죠? 저, 공부 열심히 해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학생을 칭찬했다.

"00야, 너 정말 대단하다. 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하면 속상해서 좌절할 건데 너는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하니 멋지다. 잘 할거야."

라고 얘기하면서 학생과 공부하면서 막막했던 거, 힘들었던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다고 했다.





나는 학생이

"선생님, 공부 잘했어요?"

라는 말이 너무 고마웠다.


학생의 공감대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다.

아이들에게 공부 안 한다고 못한다고 혼내지 말고 아이가 뭐가 힘든지 먼저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어떨까?

공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

물론 엄마들이 공부 방법을 알려줄 수 없지만 엄마가 아이를 지지하고 응원하면 아이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갈 수 있다.


학생이 얘기했다.

공부 때문에 엄마와 다퉈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싫었다고.


그렇다.

부정적인 말을 아이에게 하면 아이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서 의욕이 없어진다.


아이를 지지해주는 것은 아이 편이 되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법


1. 이유 물어보기

"엄마, 저 공부해야겠어요."

"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니?"

그러면 아이는 시험이 끝났지만 공부해야 할 이유를 이야기한다.

이때 "시험 끝나니까 그렇게 말하니? 시험 때나 잘하지"라고 하면 아이는 말문을 닫는다.



2. 부정적 상황을 이야기해도 혼내지 않기

"제가 생각보다 시험을 못 봐서 다음에는 열심히 해야겠어요."

"시험 못 봐서 깨달은 것도 생겼네"

엄마가 이렇게 대답하면 아이는 시험 못 봤지만 자존감이 생긴다.


"어휴, 그렇게 공부를 안 하니까 그렇지"

라고 하면 아이는 엄마가 자신이 예상했던 답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3. 아이 말 다시 이야기하기(앵무새처럼 따라 하기)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공부하는 방법을 몰랐구나"

엄마가 호응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말에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공부를 하다 보면 되지 공부에 방법이 있니?"

라고 얘기하면 하이는 더 답답함을 느낀다.

물론 엄마가 방법을 알려 줄 수는 없지만 아이가 말한 의도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것이다.


아이와 대화가 힘들면 한 가지만 해도 된다.

그것은.

'~구나'라고 하면서 앵무처럼 아이의 말을 따라 하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아이 말을 따라 해도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

아이는 엄마와 대화하면서 자신의 문제나 고민하는 것들을 스스로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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