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이민 준비 (2)
이민을 결정하고 떠나는 날까지 딱 세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우리가 이루어놨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떠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남편은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이야기조차 안 한 상태였다. 친구들, 가족들, 직장 동료들. 생각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할까? 아마 다들 깜짝 놀라겠지.'
부모님이 가장 걱정이었다. 나는 부모님, 특히 엄마와 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나에게 감정적으로 많이 의지하고 계셨다, 엄마가 이 소식을 들으면 너무나 섭섭해 하실 것 같았다. 나와는 달리 감정이 너무 풍부하고 눈물도 많은 우리 엄마. 아마 분명히 내가 멀리 떠나 산다고 하면 펑펑 우실게 눈에 보듯 뻔했다. 갑자기 죄스러운 마음이 몰려왔다. 우리만 잘 살자고, 나만 재미있는 경험하면서 살자고, 나이 들어가시는 부모님을 외면하는건 아닐까. 다니고 있는 회사와 동료들을 배신하는건 아닐까. 내가 너무 이기적인건 아닐까.
우리 이제 스웨덴에서 살아보려고. 다음 달에 출국이야.
친구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민이라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럴만도 했다. 그것도 스웨덴이라니. 몇몇의 사람들은 스위스와 헷갈려 "그 알프스있는 나라?"라고 물어보기도 했다.(그러고 보니 유럽에 스자가 들어간 나라가 많은 것 같기도)친구들의 반응은 대게 두 갈래로 나뉘었다.
세금 많이 내는 추운 나라, 그리고 복지 천국.
"그 스웨덴? 북유럽? 추운 나라?"
"공기는 좋겠네. 이제 미세 먼지 걱정 없겠다."
"야, 거기 세금 엄청 많이 내야하지 않아? 거기 왜 가? 세금 40프로 내고 돈은 언제 모으냐?"
"이민 그거 쉬운 결정아닌데. 잘 생각한거 맞지? 적응 못해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많대."
"거기 복지 엄청 좋다던데. 애들 교육이랑 그런거 다 공짜잖아."
"애 교육 때문에 가는거야? 가서 애부터 낳으면 되겠네."
나도 안다. 모두 우리를 위한 걱정, 관심으로부터 온 말이라는 것을. 하지만 우리의 이민 결정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하기 위해서, 어떤 혜택을 누리려고가 아니고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한번 해보고 싶어서인데. 그냥 축하한다고, 가서 잘 지내라고, 하지만 보고 싶고 그리울 거라고, 다 잘 될거라고. 이런 말들이 우리에겐 그토록 힘든 말일까.
나는 세금 많이 내고 복지 혜택 받으려고 가는게 아니야. 미세 먼지가 싫긴 하지만, 내 나라 한국이 싫어서 떠나는 것도 아니야. 애 낳을라고, 애 한테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려고 가는 건 더더욱 아니고, 그럴 계획도 없어. 그냥 궁금해.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느끼고, 배우고, 경험하고 싶어. 도대체 한국을 떠난 삶은 어떤 삶일까. 스웨덴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여기에서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