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법 말이 많다. 수다 떠는 건 지치지도 않고 한다. 사람들을 만나면 헤어지는 시간이 너무 금방 와서 아쉽다. 아직 나는 떠들 말이 더 많이 남았는데.
얘기는 금방 가지치기를 시작한다. 분명 나는 A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얘기를 하다 보면 B 얘기로 이어진다. 나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아주 부 드럽게.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독서계정으로 운영하는 SNS에 책에 관한 글을 쓰다가도 딴 쪽으로 자주 샌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캡션이 너무 깁니다’ 라는 문구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다른 분들은 아주 짧지만 임팩트 강하게, 잘만 쓰시던데. 나는 왜 그게 안 될까 궁금하다.
그 정도로 말이 많은 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웹소설 작가가 되었다. 뭐 자의 반 타의 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냥 자발적으로 그만둔 걸로 하자.
웹소설 작가가 되고 처음엔 좋았다. 내 시간을 오롯이 내가 모두 운용하여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근데 그것도 잠깐이지. 시간이 지나니까 떠들 대상이 없어서 죽을 것 같았다. 그놈의 적막은 도통 적응이 되질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전 직장에는 나 같은 사람이 많았다. 그러니까 수다쟁이들. 우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께 있었고, 일을 하다가 중간중간 입을 털어댔다. 틈만 나면 마주 앉아 떠들곤 했다. 식사시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게 떠들다 보면 금세 회복되어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혼자 일을 시작하니 그게 안 됐다. 떠들 수 없었고, 그러니 회복이 되지 않았다. 절망했다. 와, 나 이제 누구랑 떠들어야 하지?
친구들이랑은 하루종일 얘기를 하는 편이다. 잠깐 한눈 팔다 보면 친구들 단체톡방은 300+개가 떠있고. 그걸 확인하고 또 내 할 말을 떠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다. 나는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양심 없는 것들은 주말이면 조용해진다. 나는 이 직장인 놈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바깥으로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거였고. 짧은 시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퇴근하는 이들과 떠드는 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주 많은 얘기를 했다. 기억도 나지 않을만큼 많은 얘기를 했고. 가끔은 아차 싶었다. 아, 내가 너무 떠들었네. 다행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르겠지만.
“얘기를 진짜 너무 재미있게 하세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하는 말들을 해줘서, 눈치 없는 척 마음을 놓는 날이 많다. 그래도 요즘은 자제하려고 하긴 한다. 일 끝나서 피곤한 사람들 붙잡고 눈치 없이 떠들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다.
친한 친구는 그런 내 얘기를 듣고 말했다.
“너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글을 쓰는 것 같아.”
“내가?”
라고 대꾸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긴 하다.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웹소설 쓰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에세이 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두서없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떠들어내는 게, 어쩌면 적성에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웹소설이나 소설은 내가 떠드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상하게 그 작업을 통해서 많은 걸 얘기하고 있다. 깊은 철학 같은 건 아니지만.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 같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들을 많이 떠들어낸다. 그런데 그걸 또 설득력 있고 어색함 없이 오롯이 전달하려니 어렵더라. 그냥 두서없이 떠들어대는 것과는 다르다. 그러려면 또 읽어야 한다. 읽고, 알고, 그래야 또 쓸 수가 있더라. 이래서 글쓰는 사람은 모두 읽어야 한다고 하나보다.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무엇도 쓸 수가 없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인문학을 읽어야 하니까.
세상살이가 어쩜 이렇게 단순치 않은지. 그냥 즐기면서 살고 싶은데. 떠드는 것마저도 이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슬프다.
그런데 정말 웃긴 일이긴 하다. 이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뭔가를 알게 되고, 이해하면 떠들고 싶은 게 생긴다. 어 이걸 알았어? 근데 이걸 이렇게 하면 이런이런 것들이 되지 않나? 하고 마음껏 떠들고 싶은 거다.
체력은 죽어라 없는데, 어째선지 저렇게 쉴새없이 떠드는 체력만은 끊임없이 충전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나는 어떤 특정한 얘기가 하고 싶어서 쓰는 사람이 된 게 아니라, 무작정 떠들고 싶어서 읽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잘 얘기하고 싶다. 빈틈없이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잘 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