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Threads)가 내게 알려준 것

'당신은 학대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by 김윤담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나는 SNS를 통해 감정을 정리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벌써 10년 넘게 꾸리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내 인생의 행복한 부분을 오려내 전시해 놓는 앨범과도 같았다.


가식이나 허영이 아닌 기록용으로 잘 편집된 피드는 남들보다 내가 더 자주 들여다봤을 것이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마음이 바닥을 치는 날에도 인스타그램 속 행복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외로운 시간을 견뎠다.


피드 속에는 주로 아이와 함께하는 모습이 많았다. 특히 스크롤을 내릴수록 더 통통하고 어려지는 아이의 모습을 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곤 했다. 더불어 더 젊었던 나와 풋풋한 남편의 모습도..


인스타그램은 '행복'을 주제로 한 일기장이었다면, 얼마 전 새로 시작한 '스레드'는 '우울'을 주제로 한 일기장처럼 느껴진다. 스레드는 주로 대나무숲처럼 쓰는 SNS라기에 호기심에 시작하게 됐는데, 지금은 인스타그램보다 훨씬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서적 학대'에 관한 것이었다. 어차피 팔로워도 0, 잃을 것도 없으니 정말 일기장처럼 내 지난날을 적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내 글을 읽고 함께 공감하고 아파해줬다. 이렇게 타인의 구질한 과거에 따스하게 공감해 주는 SNS가 있다니.. 감동스러웠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일명 '반모'라는 평어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문화에 기대어 서로는 편하게 반말로 소통하며 가볍게 무거운 이야기를 던질 수 있는 분위기는 스레드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으로 다가왔다.

진실로 적어 내려 간 이야기 밑으론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어', '나는 이랬어'... 비슷한 결을 상처를 가진 이들이 실시간 정성스러운 댓글을 달아주며 자연스러운 소통의 통로가 만들어졌다.

나또한 '스친'들의 이야기에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함께 한숨을 쉬거나 도닥임을 나눴다.


누군가는 내 이야기를 보고 울었다고 했고,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됐다고 했고,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이제야 마주하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브런치에 친정엄마로부터 독립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적기 시작한 지 벌써 4년 차, 브런치에도 많은 분들이 댓글로 공감을 전해주셨지만 어쩐지 과정을 다 털어놓고 난 뒤에는 어디론가 숨어들고 싶은 감정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이만큼 아팠노라고' 투정 부리듯 울부짖는 심정으로 써 내려간 글 그다음으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였다. 그래서 한동안 글쓰기를 멀리했다. 자신이 없었고,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레드에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가슴 한 편에 묻어두었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용기를 얻어서였을까.


과거 성장환경에서 겪은 상처는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마음 깊은 속에 상처를 남겨놓고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늘 내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던 자기 검열이 해제되었다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수많은 공감의 댓글들이 막연한 추측의 근거가 되어주었다.


내 과거를 고백하는 일이 부끄러웠지만, 고백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었던 지난날의 기록.. 누군가에겐 현재 겪고 있는 과정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내가 먼저 용기 내 손 내밀고 싶어졌다.


불행한 성장환경이, 엄마와의 불편한 관계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 당신을 괴롭힌다면
이제 그 손 놓아도 된다고..
나도 같은 고민으로 힘들었다고..
그 손 놓으니 이제 한결 살만 하다고...


스레드의 알고리즘을 내 글을 더 넓은 곳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켜 주었다. 인스타그램이 일상 기록용에 불과해 10년간 팔로워가 500명이 채 되지 않은 것에 비하면 한 달도 안 된 스레드 팔로워가 1800명을 넘어선 것은 내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대단한 인플루언서들의 팔로워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숫자이지만, '정서적 학대'라는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내게는 불어나는 숫자가 더없이 큰 보람이자 위로였다. 늘 웅크리고 있던 내게 공감은 세상으로 한발 더 나아갈 용기를 주었고, 그 힘으로 브런치 스토리에 이 연재도 새로 시작해 이어올 수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의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그간의 글을 모아 출판사 투고에도 소소하게 도전해보고 있다. 영 답장이 없는 곳도 있고, 공감하며 원고를 읽었지만 기획출판 일정이 잡혀있어 어렵다는 답신을 받기도 했다. 아직 기약 없는 기다림일 뿐이지만 무기력한 일상에 이렇게나마 꾸준히 하는 일을 찾고, 도전해 볼 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것에 감사하련다.


오늘도 내 이야기를 눈으로, 마음으로 읽어주는 구독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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