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례씨의 장례식
인천대교 위에서 바다를 건너며 처음부터 리셋. 동탄으로 갈 방법을 다시 찾아야 했다.
타고 있는 버스의 노선도를 살펴보니 인천터미널이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인천터미널에서 동탄가는 버스를 타면 되겠다. 예매해 둔 공항버스 티켓을 취소한 뒤 다시 출발지 인천, 도착지 동탄으로 표를 사려고 하는데, 이상하다... 출발지를 인천터미널로 하니, 도착지에 동탄이 없다...
인천터미널에서는 동탄으로 가는 버스가 없었다.
여기서 2차 절망. 하지만 나 역시 그렇게 순순이 물러나는 성격이 아니다.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오기가 생겨 다시 동탄을 갈 방법을 찾기 위해 실시간으로 현위치를 수정해가며 검색한 결과, 송도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여러번 환승하여 가는 방법이 안내되었다.
송도에서 강남으로 가는 광역버스가 중간에 시흥에 있는 휴게소에 서는데, 거기서 성남으로 가는 다른 광역버스로 환승을 하여 성남에 내린 후 성남역까지 11분을 걸어가면 무려 이번에 개통한 GTX A를 타고 성남에서 동탄까지 두 정거장에 갈 수 있는 코스. 시간도 1시간 45분으로 크게 나쁘지 않았다. 이거다!
주저할 틈도 없이 바로 송도에서 내려 광역버스를 탔다. 이번에는 두번 세번 코스 확인을 하고, 버스 번호도 확인하고, 행여나 또 다른 곳으로 갈까 겁이나 버스를 타기 전에도 타고나서도 내내 초집중을 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무슨...
첫번째 환승구간. 시흥 하늘휴게소에 도착. 와보기 전에는 아니 무슨 휴게소에서 버스 환승을 하는거지? 아주 넓고 휑한 휴게소 한 구석에 혼자 우두커니 버려질까 겁이 나기도 했는데, 내리면서 보니 시흥 하늘 휴게소에 내리는 사람이 꽤 있었다. 아 여기가 환승맛집이구나! 소규모의 여의도 환승센터같은 느낌. 하지만 안심은 금물. 다시 정신을 차리고 성남으로 가는 버스로 갈아탄 뒤,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아 또 초집중. 고속도로를 달리며, 창밖으로 뻘과 바다를 보며, 앞유리에 달린 TV에서 보여주는 다음 정류장을 수시로 확인하였다.
성남에서 내릴 준비를 하면서 GTX 성남역 시간표를 보니 18분 뒤에 열차가 도착 예정이었다. 성남 버스 정거장에서 성남역까지는 도보 11분. 다음 GTX 열차는 40분 뒤에 도착. 무조건 앞의 열차를 타야 한다. 시간적으로 앞의 열차를 타기에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 또 모르니까 우선 달렸다. 열심히 달렸다. 처음 와보는 동네의 아파트 단지를 횡으로 통과하며 이상한 쪽문 같은 곳으로(지도가 안내해주는 대로..) 나와 열심히 달려 도착한 성남역의 1번 출구는 공사중... 정말 울 것 같은 심정으로 공사를 안내하는 아저씨에게 "여기로 못 가요? 그럼 어디로 가요?" 를 외치며 건너편 다른 출구로 달려가니 6분 뒤 열차가 도착. 휴우. 무사히 타려던 열차를 타고 동탄으로 향했다. 이것이 뭐라고 이렇게 힘이 들까? 인천공항으로 잘 갔으며 한번에 편하게 앉아서 드라마나 보면서 왔을 이 길을, 3번의 환승을 거쳐 오게 될 줄이야...
GTX A는 사람이 많지 않고, 모든 것이 새것이라 깨끗하였지만 조금 어수선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동탄으로 향하니 11시 30분. 집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이제 다시 동탄에서 해남까지 4시간만 더 가면 된다.
평일 서해안 고속도로는 신기할 정도로 차가 많지 않아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길은 시원시원하게 달리며 갈 수 있었다. 부여를 지나 김제를 지나 부안, 고창, 함평, 무안 등 생소한 지명들을 지나 어릴 적 명절에나 오곤 했던 해남에 드디어 도착을 하였다.
정말 멀긴 멀다.
우리 나라 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한번씩 느낀다. 우리나라 크다. 정말 크다.
p.s.
돌아오는 길은 의외로 꽤나 쉽게 올 수 있었는데, 작년 9월에 해남역이 생겼다고 한다. 그걸 장례식장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 날 저녁에 바로 올라가야 하는 나를 위해 아버지가 쉽게 올라가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신 결과 해남역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셨고, 해남역에서 목표역으로 새마을호를 타고 가면 바로 목포역에서 용산역으로 가는 KTX로 환승할 수 있도록 기차 시간이 연결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6시간 반만에 내려온 길을 3시간만에 용산까지 갈 수 있었다. 용산에서 영종도까지 다시 1시간 넘게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4시간 반 안에 올 수 있다는 게, 그리고 편하게 앉아서 역에서 바로 환승해서 올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그래서 덕분에 소원이었던 드라마 몰아보기도 할 수 있었다.(드디어...!!!) 이제 해남을 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