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사랑스러운 현대판 왕자와 거지
영화 럭키를 봤다. 우리에게 오래된 동화, '왕자와 거지'를 현대판으로 사랑스럽게 재해석한 영화를 보는 듯했다. 역할이 바뀐 두 인물이 서로의 입장에서 타인의 삶을 살아가며 인생의 어떤 교훈을 깨닫는다는 줄거리인데, 여기서 왕자와 거지라는 계급적 격차는 부자와 거지로 치환되었으며, 변주된 부분은 거지로 추락한 왕자가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정도에 플롯이 어느 정도 얽혀있다는 부분이겠다.
깊게 보아야 할 부분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유쾌하며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웃음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전형적인 한국식 클리셰나 신파적 요소를 감독이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닌 게 아니라, 꽤 많은 장면에서 클리셰를 비트는 방식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이야기는 예외로 하자. 많이 보아왔던 드라마의 흔한 엔딩 같기도 하지만, 비틀어낸 클리셰를 통해 쌓아온 이야기의 결말로써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는 유해진과 조윤희가 중요하다. 거의 유해진 단독 주연의 영화로서 배우는 주어진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냈다고 누구든 생각할 것이다. 거기에 조윤희는 영화에 사랑스러움을 끼얹었고, 이준은 모자람 없는 연기력으로 이야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이 이상으로 내가 이 영화에 기대한 바 없다.
이 영화가 가장 좋은 부분은,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교훈적이고 사랑스럽고 유머러스한 내용들을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보여줬다는 것이다. 보편이 존재한다면 보편적인 오락영화로서 누구와도 함께 볼 수 있는 즐거운 영화랄까. 이 지점까지 생각해본다면 플롯의 엉성함이나 배우들이 소모되는 방식, 그들의 연기력 같은 것들에는 그닥 생각이 미치지 않을 수밖에. 꽤나 좋은 한국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