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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rae Sep 15. 2023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이혼을 준비 중입니다.⠀

 *⠀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친한 후배와 통화를 하다가 그 말을 들었을 때 별로 놀랍지 않았다. ⠀

 그렇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전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후배가 결혼을 한다고 할 때부터 과연 저 친구가 결혼이라는 제도에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도 결혼생활이라는 건 사람을 변화로 이끈다고 하니 잘 살기를 바랐다. 그런데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나는 그 후배가 연애를 하던 시절부터 결혼을 할 때까지 모든 스토리를 알고 있는데 당연히 연애를 할 당시에는 정말 완벽한 이상형을 만났다고 하면서 SNS에 온통 그 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도배를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누구보다 행복한 커플의 모습으로 결혼식까지 올렸다. ⠀

 그런데 결혼을 한지 몇 년 되지도 않은 후배는 지금 단 한순간도 그 사람을 사랑했던 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렇게 사랑했던 마음들은 ⠀

 모두 어디로 간 걸까?⠀

 *⠀

 결혼에 ‘실패’한 것 같다고 말하는 후배에게 나는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고 했다. 그러니 그 사람과의 결혼생활에 힘들어하는 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해줬다. 세상이 이토록 빨리 변하고 있는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결혼이라는 삶의 방식에 어울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리고 다시는 결혼생활에 ‘실패’했다는 말을 쓰지 말라고 했다.⠀

 뜨겁게 사랑하다가 이제 헤어짐을 준비하는 것인데 그걸 ‘실패’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 ⠀

 태국에도 이혼을 하는 가정들이 많지만 그걸 부끄럽게 여기거나 숨기는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사실 나는 나 역시 결혼생활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잘 몰라서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안다. 한국에서 살 때보다는 훨씬 덜 외롭긴 하지만 가끔 이곳에서도 외로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누군가를 만날까 싶다가도 내가 좋아하는 라이프스타일, 나의 성정을 생각하면 이내 그런 생각을 접게 된다. ⠀

 모든 것들이 다 완벽한 삶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가끔 외로운 마음이 들 때면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나는 세상 모든 존재가 행복을 누리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는다. 그런데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취향을 마치 자기의 취향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자기 자신이 어떤 것을 견디지 못하고 어떤 것에 기쁨을 느끼는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을 모르면 아무리 많은 돈과 사치품들을 가지더라도 행복해질 수 없다. 그래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일이다.⠀

 *⠀

 겪어보기 전에 안다면 좋았겠지만 겪어본 후에라도 깨닫게 된다면 남은 날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 나 또한 태국으로 오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이 많다.⠀

 치앙마이에서는 많은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다. 일상에서 다양한 색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태국사람들의 삶은 저마다 다른 빛깔을 낸다. 어떤 색이 옳고 어떤 색이 그르다는 건 없다. ⠀

 내가 사랑하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저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삶의 빛깔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만의 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은 언제나 기쁨과 슬픔, 좌절과 환희들 모두를 재료로 하여 우리를 더 큰 행복으로 인도하곤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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