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방콕에 체류하던 중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한국에 들어와 두 달간 머물렀다. 정신없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른 후에도 해야 할 일이 많았다. 형과 누나는 서울에서 일을 해야 하는지라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내가 어머니 곁에 머물며 어머니를 보살피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했다.
문제는 지난 일월이 나에게는 일적으로도 아주 바쁜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난 일월 내내 일을 하거나 혹은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하면서 보냈다.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나 또한 처음 겪어보는 일이었던지라 마음도 육체도 정신도 모두 힘든 나날이었다.
나의 삶에도 많은 고통들이 있었지만 지난 십 년 동안 태국에 머물면서 그래도 행복한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국에 머무는 지난 두 달 동안에는 비관적인 마음들이 나를 짓눌렀다. 자주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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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달 동안 다시 한번 깨달은 것은 나는 한국에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한다.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제의를 받아 정말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도, 올해 태국에 일 년 내내 머물며 어학연수를 하려던 계획도 모두 당장에는 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올해 여전히 이루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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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다시 출국을 한다. 해일 같은 슬픔이 왔었고 이전과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이번에는 짐을 아주 간소하게 싸고 출국해 여기저기를 이동하면서 지낼 생각이다.
우선은 치앙마이로 들어가 몇 주간 볕 아래에서 수영하고 커피를 마시고 올드타운을 걸으며 나의 루틴을 회복하려고 한다.
그 후에는 전부터 계획만 하고 가보지 못했던 태국 북부도시들과 그 인근 국가들을 돌아본 후 태국 남부 안다만 해에 인접한 도시들에 가서 머물 생각이다. 아주 오랜만에 푸켓과 크라비에 다시 갈 수도 있겠다. 딱히 Beach person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즘엔 볕 드는 바다 가까이에서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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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계획들이 의미 없어지는 순간이 오면 작년처럼 치앙마이에 오래 머물다 방콕으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태국에 머물기 시작한 약 십여 년 전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성실하게 행복하자’는 다짐만 할 뿐. 그러다 보면 언제나 그랬듯 삶이 나를 어딘가로 인도하겠지.
살다 보면 슬픔과 어둠에 오염되고 훼손되는 날들이 오지만 살아있는 동안에는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다시 치앙마이로 간다. 나의 2023년은 이제야 마무리가 된다. 올해 역시 ‘감동 없는 하루’는 단 하루도 맞이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