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유대인과 비유대인이 살아가려면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위해 건국된 유대인을 위한 나라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나름 각자의 국가에 정착해서 살던 유대인들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건립된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단지 유대혈통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시민권을 부여받았다. 서유럽계, 동유럽계, 아프리카계, 중동계, 미국계 등 이스라엘은 서로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 그리고 천차만별의 생활수준과 상식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스라엘은 국가법상 영토 내에서 비유대인과의 혼인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비유대인 외국여성과 결혼한 경우 아이들은 유대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스라엘에서 비유대인 여성으로서 눈치밥을 좀 먹었다.
어느 날이었다.
대형 마트에 다양한 견과류와 향신료 및 캔디가 가득한 섹션에서 남자친구와 이것저것 맛보면서 깨를 볶고 있었다. '우와 이거 맛있어, 이거 먹어봐바, 맛있지?' 한국과 달리 수많은 가짓수의 견과류 종류에 감탄하면서 맛보느라 정신을 팔고 있을 때, 내 오른편에서 어느 할머니가 내게 버럭 화를 내면서 히브리어로 뭐라고 하셨다. 손짓과 눈빛 그리고 내가 서 있던 포지션을 봤을 때, 길을 막지 말고 당장 비키라는 것 같았다. 나는 무안해져서 길을 비켜드렸는데, 할머니는 남자친구를 보면서 한 소리를 더하셨다. 영문을 모르는 나는 그저 좀 괴팍한 분이신가보다하고 넘어갔고 남자친구도 별 말이 없었다.
몇 달 뒤에 남자친구가 털어 놓기를 그때 할머니가 했던 말은 "왜 저 여자가 너를 자꾸 만지느냐"라는 것이었다. 누가봐도 동양계 비유대인인 여자가 누가봐도 유대인 남자랑 팔짱 끼고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으니, 보수적인 세대의 눈으로는 유대혈통 보전에 도움이 안되는 관계였던 것이다.
같은 아파트 건물의 위 층 할머니가 잠깐 방문하셨다. 얼마 전에 같은 층의 다른 이웃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후로 어떤 이웃을 들일지를 논의하려고 들리신 것 같았다. '그래, 이스라엘은 어때요? 좋아요?'
하지만 내가 없는 자리에서는 '정말 저 여자랑 결혼할 거니? 아이들이 유대인이 못되는데도 괜찮니?'라는 걱정스러운 물음이 따라온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이스라엘 생활 20년차가 넘어도 윗세대의 반복되는 질문은 끝나지 않는다. 너 근데 개종할 생각 없니? 엄마가 비유대인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유대인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니 너만 개종하면 되는데 아직도 네 생각을 고집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평생 반복된다.
얼마 전에 나는 이스라엘에 사는 국제커플 일명 믹스커플 모임에 참가했다. 파트너 중 한 명이 이스라엘인이고 다른 한 명이 다른 나라 출신 및 비유대인인 경우의 커플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비자와 거주권을 얻기 위해서 함께 법적권리를 증진시키기 위해 만든 신생 NGO이다.
믹스커플 그룹 Mixed couple group에서 시작된 모임이 이스라엘 국제커플단체로 공식화되었다. 한 변호사가 주측이 되어 만들어진 그룹은 이스라엘의 국제커플들의 인권을 보장하고 이들의 삶을 증진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수많은 이스라엘 국제커플들이 비자문제로 인해서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로 몇년씩 보내기도 하고 적절한 비자를 받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11월 총선을 앞두고 첫 행사가 열렸다.
정통파 유대교는 비유대인과의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현재 이스라엘 국가가 인정하는 유대인이라고 하면 모계 혈통이 유대인인 경우 유대인으로 인정된다. 흔히 말하는 DNA테스트로는 알수 없다. 일종의 족보로 증명해낼 수 있어야한다. 일단 유대인으로 확인된 사람은 어디에서 태어났건 국적이 무엇이건 상관없이 모두 이스라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유대인을 위해 건설된 국가라서 언제나 유대인이 먼저다.
그렇다고해서 '순수한 유대혈통'이 있는가? 라고 하면 절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이라고 칭하는 것은 대체 어떤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해 있는지, 아니면 국가에서 인정하는 '근거'라는 것이 어떤 '합리성'을 가장한 근거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