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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쎄 Aug 15. 2023

#8. 쇼사나라고 불러!

시어머니를 이름으로 부르라고?

매니와 나는 매주 목요일 매니의 어머니 집에 방문했다.

어머니 쇼사나는 5살 때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피난 온 유대인이다. 쇼샤나가 지금 70대이니까 아마도 1950-60년대 당시 레바논에서는 유대인 차별이 매우 극심했다고 한다.  쇼사나의 아버지는 이유 없이 경찰서로 잡혀가서 두드려 맞기 일쑤였다고 했다. 통상적인 유대인에 대한 혐오와 탄압이었던 것 같다. 쇼사나의 가족은 이스라엘 건국 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여하튼 우리는 매주 한 번 이상 어머니 쇼사나를 집이나 밖에서 시시 때때로 만났고, 나는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했지만 그녀를 직접 불러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뭐라고 어떻게 호명해야 할지 몰라서 매니가 부르는 대로 따라 했다.  


"אימא 이마!" (엄마)  


한국에서도 의례히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면 어머니, 아버지라고 부르듯이 약간의 친근함을 묻혀 "엄마"라고 불렀다.

하루는 매니가 말했다.

"너 우리 엄마를 '이마'라고 부르던데, 이름으로 부르는 게 좋겠어"

"이름으로?"

"응, 쇼사나 라고 불러"


기분이 좀 언짢았다.

우리는 이제 가족이고, 그런 의미로 친근하게 나도 네 엄마를 너처럼 부르고 싶은데, 왜 거리감 느껴지게 이름으로 부르라고 하는 거지?

게다가 70대 할머니를 실명으로 부르라고? 그건 좀 예의가 없지 않나? 

다른 호칭이라도 붙여야 하는 거 아닐까?


우리는 한 동안 각자의 나라에 혼인 신고서를 작성하느라, 파트너 비자를 신청하느라 서로의 가족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공유하던 중이었다. 

이민국에서 요구하는 파트너 비자 양식에는 내 부모의 영문 이름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까지 기재해야 했다. 

할아버지 성함? 뭐였지? 

기억이 안 났다. 

두 분 다 약 십오 년 전 돌아가신 데다, 실제로 할아버지와 할머니 성함을 직접 불러본 적이 없지 않은가? 

들으면 기억 날 것 같은데,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결국 엄마에게 직접 물어봐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성함을 모른다고?"

매니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식으로 황당하게 나를 쳐다봤다.


"응 모르겠는데, 한 번도 불러본 적이 없거든"

"한국에서는 어른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아. 직함이나 호칭으로 부르지"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름을 모를 수가 있어?"

"불러 본 적이 없다잖아!"


어느 날은 매니가 내 아버지와 어머니 이름을 기억하려고 몇 차례 묻더니, 

그럼, 너네 엄마 만나면 "순~!"이라고 불러야지~라고 하면서 큰 소리로 "순~, 순~"

"그건, 좀......"

우리 엄마를 제멋대로 이름으로 부르겠다니 외국인이니 귀엽게 봐줄 수는 있어도 

당사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니까 말려야 할지 그냥 둬야 할지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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